"현금 半·주식 半…'바벨형 포트폴리오' 짜라"

입력 2020-05-21 17:24
수정 2020-05-22 02:18
올 하반기에도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식과 현금을 반반 들고가는 ‘바벨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됐지만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미국 등 주요국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데다 2차 전염 우려로 경제활동을 완전히 재개하기는 어렵다”며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금과 주식 두 자산이 균형을 잡는 극단적인 수준의 바벨형 포트폴리오를 투자 전략으로 제시했다.

나중혁 하나금투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 공조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가시화하고 있어 위험자산군 투자를 자극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위험자산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선진국 주식을 추천하며 이어 한국 주식, 신흥국 주식 순으로 탄력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비중은 중립 이하로 조정했다.

안전자산군에서는 채권보다는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 연구원은 “제로 금리 시대가 되면서 채권은 높은 변동성을 띠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금을 확보하고 투자 기회를 보는 편이 낫다”고 했다.

주식을 고를 때도 바벨 전략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급부상한 언택트(비대면) 및 재택근무 수혜주를 담는 동시에 다른 한 손엔 경기 회복 수혜주를 같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코스피지수·코스닥지수뿐 아니라 미국 뉴욕증시도 최근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반등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백신에 대해선 의심과 기대가 공존하지만,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여행, 원유, 자동차, 주택, 은행주 등 타격이 컸던 업종이 회복세를 보였다. 주가지수가 급등하면서 언택트주는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 간 공공부문채권매입프로그램(PSPP)을 둘러싼 마찰, 미국 부동산 장기 침체 가능성 등이 꼽혔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개선 기대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수 하단을 지지해주고 있다”면서도 “펀더멘털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 증시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