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4년 끈 '벙커 전쟁' 이겼다

입력 2020-05-21 17:57
수정 2020-05-22 03:04
골프존이 아닌 카카오VX와 SG골프 스크린골프장에선 앞으로 자동 비거리 조정 기능이 사라진다.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공을 벙커나 러프에 빠뜨리면 러프 매트 또는 벙커 매트에서 쳐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골프존이 보유한 특허인 ‘비거리 감소율에 대한 보정을 제공하는 기술’에 대해 카카오VX와 SG골프를 운영하는 에스지엠이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골프존의 특허를 인정한 것이다. 이 소송은 2016년 제기됐다. 이들은 스크린골프업계에서 ‘빅3’로 불린다.

쟁점이 된 특허 기술은 가상의 골프 코스에서 공이 놓인 지형 조건을 인식해 비거리를 자동 조정하는 것이다. 실제 골프장에서 골퍼가 똑같은 샷을 해도 공이 페어웨이에 놓여 있느냐, 러프 또는 벙커에 있느냐에 따라 비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스크린골프에 구현한 것이다. 예컨대 벙커 상황에서 페어웨이 매트에 공을 놓고 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비거리를 40% 깎아주는 식이다.

대법원은 페어웨이와 러프 등 다양한 조건이 붙어 있는 매트에서 자동으로 공의 위치를 인식해 거리를 보정하는 것은 기존 기술과 다른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에스지엠 관계자는 “벙커나 러프 같은 다양한 매트가 아니라 단일 매트로 하면 비거리 조정 기술을 쓰는 데 지장이 없다”며 “플레이어들이 스크린골프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기술적인 보완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 ‘빅3’ 간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허 등록 무효소송과는 별개로 특허 침해 문제와 관련해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번엔 거꾸로 골프존이 원고가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카카오VX와 에스지엠이 골프존의 특허기술을 침해한 채 영업했다”며 “침해 제품에 해당하는 골프시뮬레이터와 생산설비 등을 전량 회수 및 폐기하고, 골프존에 각 24억6879만원과 14억2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상급심이 남아 있다.

에스지엠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골프존에 특허가 있다는 것만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며 “우리 제품이 골프존 특허를 침해했는지는 법정에서 다퉈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순신/남정민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