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586세대인 ‘우드스톡 세대’들은 1960년대에 록밴드 ‘더 후’의 노랫말 “늙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어”를 염불처럼 외며 늙음을 조롱했다. 1954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화는 정말 나쁘기만 한 걸까.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석세스 에이징》에서 노화에 대한 선입견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노인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도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노인들은 평생 쌓아온 정보를 활용해 어떤 사건을 직관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들이 겪은 수십 번의 실패는 오히려 현명한 의사결정을 돕는다”고 말한다. 그는 “인지 능력 테스트 자체가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맞춰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뇌과학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는 “최신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도록 화학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안정된 상태에서 마주하는 내일은 노인들에겐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년은 잘 활용한다면 청년기처럼 발달 단계로 바꿀 수 있다. 사회가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요소다. 사회 구성원들이 노인들을 소외하기 시작하면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인간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고대에 맹수에게 공격받을 때 나오던 호르몬이다. 저자는 “코르티솔이 나오면 인간은 위협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며 “이때 위기를 해결하려 모든 신체적 자원을 쓰게 돼 신체 능력도 떨어지고 욕구도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노년을 준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호기심과 개방성, 대인 관계, 성실성, 건강한 습관이다. 그는 “호기심을 잃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노화로 비롯되는 기억력 감퇴 등의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며 “노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며 그들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경 옮김, 와이즈베리, 648쪽, 2만3000원)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