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캐릭터(성격)이 굉장히 솔직하면서도 당당했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21일 '창작과 비평' 여름호 대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실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부터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노딜'까지 10개월 간의 한반도를 둘러싼 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
임 전 실장은 4·27 회담 한 달 뒤 열린 5·26 판문점회담에 대해선 "뜻밖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안 만나도 상관없어'라는 식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북쪽이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급하게 제안한 것으로 생각되고, 대통령도 하루 만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정의용 안보실장의 백악관 방문에 대해선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한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거봐, 내가 뭐랬어. 맞지?'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18년 9월 평양회담과 군사합의 과정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현 국무부 부장관)가 남북 대화에 제동을 건 사실도 공개했다. 임 전 실장은 "그 무렵 여름 비건 대표가 임명됐는데 압박을 가했다"며 "자기가 업무 파악을 해 '오케이' 하기 전까지 (남북 대화를) '올스톱'하라는 것이었는데,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비건이 들어오기 전에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2019년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딜'에 대해선 "여러 스캔들로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몰린 환경이 있지 않았나"라며 "하노이로 가기 전에 미국 의회, 정부 등 사방에서 '배드딜'보다 '노딜'이 낫다고 압박한 상황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