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렇게 반짝이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은 지난해 MBC '연기대상' 대상을 차지한 김동욱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 남자의 기억법'이 시작된 후 문가영의 진가가 발휘됐다. 큰 눈망울을 뽐내며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눈물을 쏟으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인인 줄 알았는데 11살때 부터 10년 넘게 연기한 '중견' 신인이었다. 첫 지상파 주연임에도 김동욱과 로맨스부터 절절한 감정연기까지 소화하며 '과몰입' 시청자가 유달리 많았던 '그 남자의 기억법'을 이끌었다.
문가영은 "작품을 마치고 나면 '시원섭섭'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번엔 '섭섭'하기만 했다"며 "그만큼 하진이라는 캐릭터에 애정도 컸고, 정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헤어지는게 유독 힘들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여하진 그 자체, 문가영<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여하진은 '스타'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SNS 팔로워 수가 860만 명이 넘고, 모델로 시작해 드라마에 진출했고 완벽한 몸매와 미모로 옷이든, 가방이든, 구두든 하는 것마다 '완판' 행진을 기록시켰다. 문가영은 여하진을 연기하면서 극중 등장했던 여하진 SNS도 직접 운영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거라 예상 못했어요. 그런데 SNS를 하면서 이 극에 몰입해서 댓글도 달아주시고, 함께 생활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라는 장르가 남자 캐릭터만 사랑받기 쉬운데 저도 많은 관심을 받아서 '정말 잘했다' 싶었죠."
사랑스럽고 언제나 당당한 여하진에게 빠지지 않을 시청자가 있었을까. 또한 화려한 이목구비에 목소리까지 완벽한 문가영이 아닌 여하진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문가영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호평에 "사랑받고 싶었다"면서 "정말 정성드려 노력했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직업이 배우라 다야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안입어본 스타일, 색감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하진이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여하진=문가영'이라는 인상을 심어드리고 싶었죠. 제가 느낀 하진이의 매력은 능동적이고 솔직한데, 이 매력을 시청자분들도 함께 느끼길 바랐어요."
실제로 마주한 문가영은 여하진이 드라마에서 뚫고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환한 미소와 당당한 화법, 여기에 다독으로 채운 내면까지 더해져 다소 예민한 주제나 화두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데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문가영은 "저를 아는 사람들은 '왜 연기를 하지 않냐'고 말할 정도로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린 것 같다"며 "웃음 소리도 그대로 들어갔다"면서 하진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소개했다.
여하진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투영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특히 스타 앵커 이정훈(김동욱)과 공개 연애를 했던 여하진을 보면서 "'공개 연애는 절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환히 웃었다.
"하진이와 정훈이도 공개연애 때문에 헤어졌잖아요. 끊임없는 관심과 여론이 두 사람을 힘들게 한 거 같아요. 직업적으로 이런 반응을 없앨 순 없어요. 차라리 공개하지 않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죠. 연애를 하더라도 다들 공개는 비추라고 하시고요."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예스걸'의 변화, "스스로에게 솔직하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독일에서 태어났다. 좋은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자랐고, 11살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가영은 '예스걸'이 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25세 문가영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사회적인 화두임에도 예민한 문제일 수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당당히 "난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어릴 땐 '철들었다', '애 어른 같다'는 말이 좋았어요. 그게 칭찬같았어요.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참고 인내하고, 하고 싶은 말을 삼켰던 거 같아요. 그러다 그 한계점에 도달하니 힘들더라고요. 타인이 아닌 제 감정을 신경쓰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고 싫음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됐죠. 한번 '노'를 하니까,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이렇게 변해가는 제가 신기해요."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아역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서 느껴야 했던 강박도 털었다고 말했다.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는 말도 "그런 칭찬 너무 좋다"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어릴땐 뭔가 빨리 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제 또래 친구들이 빨리 뭔가 이루는 걸 보면서, 저도 그래야 할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느순간 바뀌었어요. 지금은 25살 문가영의 기록을 하나 남긴 거고요. 제 나이에 맞춰 하나하나의 기록을 만들고 싶어요. 신인배우 같다는 말도 저에 대해 편견 없이 보셨다는 말 같아서 좋아요. 경력이 많아지면 그만큼 그에 맞는 책임이 따라오니까. 지금의 제가 좋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