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최근까지 4년간 매달 5000원씩 한 국제봉사단체에 정기 후원을 하던 회사원 A씨(28)는 최근 후원을 중단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싸고 부실 회계 및 쉼터 고가 매입 의혹 등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단체 홈페이지에 후원금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간단한 소개가 있긴 한데 과연 후원금 전체를 제대로 쓴 게 맞는지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B씨(45)도 수년간 한 복지단체에 월 3만원씩 자동이체하던 것을 최근 중단했다.
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기부금 회계처리 논란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모금문화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3건에 불과하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의 기소 사례는 2019년 12건으로 증가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년에 1000만원 이상 금액을 모집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기부금을 모집 목적 이외 용도로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후원금 4억원을 잃고도 후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조국 수호 집회’ 개최 단체인 개싸움국민운동본부도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도 올해 기부금 유용 논란에 휩싸였다. 윤항성 새희망씨앗 회장은 불우 아동을 돕겠다며 127억원을 모아놓고 단 2억원만 소외계층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도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 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13년 34.6%에서 지난해 25.6%로 감소했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48.4%에서 39.9%로 떨어졌다. 반면 모금단체 등을 통하지 않고 대상자에게 직접 기부했다는 비율은 2013년 12.8%에서 작년 17.0%로 증가했다. 한 기부금 모집단체 관계자는 “‘새희망씨앗 사건’과 ‘이영학 사건’이 발생한 2017년에 후원금 모금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다”며 “정의연 사태 등으로 기부문화 자체가 위축돼 투명하게 기부금을 잘 사용하던 단체들도 유탄을 맞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인혁/김남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