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수은 캥거루본드 발행 성공…5600억 조달

입력 2020-05-20 15:41
수정 2020-05-20 17:46
≪이 기사는 05월20일(15: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호주 채권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을 조달한다. 7개월간 닫혀있었던 한국 기업의 캥거루본드 발행시장을 다시 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캥거루본드는 호주 자본시장에서 외국기업이 발행하는 호주달러 표시 채권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은이 3년 만기 캥거루본드 4억호주달러(약 32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7억호주달러(약 1조36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내셔널호주은행(NAB), 미쓰비시UFJ증권(MUFG), 웨스트팩(West Pac), JP모건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수은은 넉넉한 투자수요가 모이자 채권 발행금액을 7억호주달러(약 56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발행한 캥거루본드 중 최대로 지금까지 이 정도 금액을 조달한 곳은 산업은행(지난해 8월)이 유일했다. 자금 조달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캥거루본드 중 변동금리로 발행되는 5억호주달러어치는 3개월물 BBSW(Bank Bill Swap Rate : 호주 채권시장 기준금리)에 1.07%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의 금리로 발행된다. 수요예측 전 제시했던 희망 가산금리(1.20%포인트) 대비 0.1%포인트 이상 낮다. 나머지 2억호주달러 규모 고정금리부 채권의 발행금리는 연 1.311%로 결정됐다. 수은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다.

한국 기업이 캥거루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말 한국남부발전(3억호주달러) 이후 7개월 만이다. 아시아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 1월 이후 첫 발행이다. 한국 기업 중에선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올 들어 발행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외화채권 발행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조달에 실패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캥거루본드 발행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원화채권을 발행해 목표로 한 금액을 마련했다.

수은이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장기간 중단됐던 한국 기업의 호주달러 조달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채권시장에선 지난 3월부터 캥거루본드 발행을 준비해온 한국도로공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달 초를 목표로 3~4억호주달러어치 채권 발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팬데믹) 국면으로 치닫자 발행시점을 확정짓지 못한 채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화채권 발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조달금리는 평소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라며 “반면 호주달러를 달러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은 이전보다 줄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면 캥거루본드가 달러를 대체하는 외화 조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