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 용처를 두고 패션업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쇼핑몰 등에 입점한 대부분의 브랜드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주로 가두점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에선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여성복 브랜드인 '타임' '마인'과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 등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주로 판매하는 토종 브랜드에선 쓸 수 없어 "정부가 일본에 돈을 갖다주는 셈"이라는 감정 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에도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한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들에선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했다. 타임의 경우 백화점 50곳, 아울렛 36곳을 운영 중이고 직영 가두점은 5개뿐이다. 마인도 백화점 39곳, 아울렛 32곳이고 직영 가두점은 4곳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백화점에서 나오는 구조다. 타임과 마인, 자주, 스파오, 탑텐 등 토종 브랜드들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타격이 컸다. 온라인에서 일부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오프라인 매장만 보면 20~60% 가량 매출이 줄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한 매장 중에서도 사용 가능한 곳과 안 되는 곳이 있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입점 매장은 월세형 매장과 수수료형 매장으로 나뉜다. 월세형은 매달 일정 금액의 임차료를 내고 공간만 빌려 장사를 하는 구조고, 수수료형 매장은 월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는 카드가맹 주체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다. 유니클로는 카드가맹 주체가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 국내 운영회사)인 곳에서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쇼핑몰 자체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스타필드, 마리오몰에 입점한 유니클로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일이 해당 매장에 전화를 걸어 사용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유니클로도 재난지원금 용처를 묻는 소비자들이 많아 분주해졌다.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매장은 가두점 13곳, 교외형 대형매장(로드사이드) 36곳, 입점 매장 130곳이다. 가두점과 교외형 대형매장에선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지만 입점 매장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명동중앙점 등 붐비는 상권에 있는 유니클로 직영 가두점에서는 쓸 수 있다.
반면 '유니클로 대항마'를 선언한 토종 브랜드 스파오, 탑텐, 자주 등은 대부분 입점 매장이 많다. 자주는 국내 매장 190여곳 중 170여곳이 이마트 등에 입점된 형태다. 직영 가두점인 20여개 매장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이마트 등에 입점된 경우엔 당연히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다. 스파오도 105개 매장 중 카드가맹 형태에 따라 60곳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네티즌 사이에선 "청담동에 있는 샤넬, 루이비통의 플래그십스토어에선 쓸 수 있고 타임이나 자주 같은 토종 브랜드 매장에선 못 쓴다는 건 코미디", "일본, 프랑스 회사 배불리려고 정부가 재난지원금 줬나", "타임, 마인 못 사는 것도 억울하지만 더 작은 영세 사업자 지원이 가능해져야 할 것"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