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상복합 초고가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에 사상 최대 인원인 26만명이 신청했다. 3년 전 분양가에 주변 시세와 최대 10억원까지 나면서 '로또 아파트'를 찾는 수도권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
20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3가구의 잔여가구를 모집하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무순위 청약 사이트에 총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받은 청약에 시간당 3만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린 셈이다. 무순위 청약이다보니 만 19세 이상의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전용면적별 3가구의 신청자를 보면 △97㎡B 21만5085명 △159㎡A 3만4959명 △198㎡ 1만4581명 등으로 비교적 분양가가 낮은 면적에 청약이 집중됐다. 이들 주택의 분양가는 △97㎡B 17억4100만원 △159㎡A 30억4200만원 △198㎡ 37억5800만원이다. 계약금 10%, 중도금 10%, 잔금 80% 조건이다.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은 제공되지 않는다. 잔금 80%는 입주 지정일에 완납하면 된다. 당첨자는 오는 28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러한 자금 부담에도 청약자들이 몰린 까닭은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어서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91~273㎡로 구성된 280가구 규모다. 올해 12월 예정이며 전매는 등기후 가능하다. 6개월 동안 20%의 금액만 조달하고 세입자를 구한다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부근의 트리마제 전용 84㎡가 지난 2월 29억원에 매매됐다. 전세 시세는 16억원 정도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97㎡B형의 분양가와 비교하면 시세는 10억원 정도 차이가 나며, 전셋값 수준인 셈이다. 그만큼 차익실현이 단기간에 가능한 셈이다.
무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역대급으로 몰린 까닭은 청약의 문턱이 높아져서다. 당첨이 되더라도 워낙 조건들이 까다롭다보니 차익을 실현하기도 어려운 것도 이유다. 서울에서는 오는 7월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청약가점과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개정된 주택공급규칙에 따라 서울에 2년 연속 거주해야 우선 공급대상으로 받을 수 있다. 당첨 시 향후 10년간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경기도와 인천에 살면서 새 아파트 청약을 통해 서울에 입성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수도권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순위에 관심이 폭발했다.
한편 앞서 무순위 청약을 받았던 대구에서도 수만명이 몰렸다. GS건설이 대구 중구 남산4동 2478 일대에 짓는‘청라힐스자이’의 잔여 2가구 무순위 청약에 4만3645명이 몰렸다. 대구에서는 분양받은지 6개월 후에 전매가 가능하지만,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요자들이 쏠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