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고 한만호 씨 옥중 비망록은 이미 재판에 증거물로 제시돼 법정에서 검증을 거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한명숙 전총리를 비호하고 나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사안은 간단하다. 비망록이 증거물로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6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3억에 대해서는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유죄가 인정됐다"면서 "그래도 이의가 있다면, 당정이 나설 일이 아니라, 한 전총리 자신이 새로운 증거와 함께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왜 한만호의 1억짜리 수표가 그와 아무 관계가 없는 동생의 전세대금으로 사용됐는지 해명하면 그만이다"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해 주시면 더 좋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총리 재조사 요구와 관련 "라디오와 1인 미디어들이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공작수사 소식을 전한다. 180석의 힘이 아닐까"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였던 한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최근 “뇌물을 줬다고 한 진술은 검찰의 회유에 따른 거짓이었다”는 한 씨의 비망록이 일부 매체에 보도되자 민주당 내부를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빗발쳤다.
한 전 총리 재조사 요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국가 권력에 의한 불법 내지는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수사 관행과 이런 식의 불법이 가능한 풍토가 있는지 연구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추 장관은 “기본적으로 김 의원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서 깊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며 “어제의 검찰과 오늘의 검찰이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할 개혁의 책무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비망록이 새로운 증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해당 매체가 보도한 비망록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되어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이 모두 검토한 내용”이라며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그동안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은 특정인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치를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당혹해 하고 있다.
당시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동생의 전세자금 1억 원이었다.
대법관 13명은 9억원 중 3억 원 수수 부분은 모두 유죄로 봤다. 그러나 나머지 6억 원에 대해서는 8명은 유죄, 5명은 무죄로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유죄로 판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동생이 한 씨가 발행한 1억 원권 수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이 수표를 전세자금으로 썼는데, 한 씨와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이 수표는 결국 대법원이 한 전 대표가 1심 법정에서 한 진술보다 검찰 단계에서 했던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