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신 글로벌업체 공략했죠" 40년 창호부품 기업의 장수비결

입력 2020-05-20 16:51
수정 2020-05-21 09:40
창호 하드웨어란 창호에서 유리와 섀시 프레임을 제외한 잠금장치, 롤러 등 나머지 부품을 총칭한다. 창호의 기능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100년 이상 관련 제조 기술을 축적한 독일, 이탈리아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군림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창호 하드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충북 음성의 3G테크놀러지는 창호를 들어서 미는 방식으로 여닫는 LS(lift & sliding) 시스템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체 매출의 약 45%를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에만 판로를 의존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국내 창호 하드웨어 업계에선 유일하게 수출 비중을 늘려가는 업체로 자리 잡았다.


2022년 '천만불수출탑' 목표

3G테크놀러지는 1981년 경기 성남시에서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세계 최초로 스테인리스 소재의 창호 하드웨어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업계를 선도했다. 이 업체는 2003년 중국 톈진에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2세 경영인인 이상도 대표이사(사진)가 톈진 법인에 합류하면서 현지 사업이 물살을 탔다.

이 대표는 톈진법인 전체 매출의 20% 이하였던 중국 내수 판매량을 약 3년 만에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에도 3G테크놀러지의 제품이 알려지면서 2010년대 이르러선 독일, 이탈리아의 창호 하드웨어 업체에 ODM(주문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3G테크놀러지는 2013년 매출 1조원 규모의 독일 창호 그룹과 거래를 트면서 같은 해 3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수출국을 30여 개 국가로 확대하면서 2018년 5백만불 수출탑을 달성했다. 이 대표는 "까다로운 유럽 기준보다 2배 이상 강도 높은 테스트를 통해 검증한 제품을 가지고 기업마다 각양각색인 디자인과 기능에 발 빠르게 대응했던 게 글로벌 대형 창호 업체와 1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형성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LS 시스템을 수출 주력 제품으로 정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한 것도 3G테크놀러지가 약 10년 만에 수출 안정화를 이룬 비결이다. 이 대표는 유럽 업체가 주로 여닫이용 창호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것에 착안해 미닫이 부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이 업체는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의 주거 문화를 고려해 LS 시스템의 최대 하중을 500㎏까지 강화했다. 무거운 대형 창호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미국 상위 20개 LS 시스템 제작업체의 80%는 3G테크놀러지 상표를 부착한 하드웨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제품 가치 인정해주는 곳 찾아야"

3G테크놀러지에 따르면 국내 창호 하드웨어 업계 규모는 약 1000억~1200억원 수준이다. 매출 200억원 내외로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 3곳과 이보다 작은 수십 개의 업체가 내수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LG하우시스, KCC 등 대형 건자재 업체에 창호 하드웨어 제품을 납품하면, 건자재 업체는 여러 부품과 함께 완성품 제작업체에 창호 제작을 맡긴다. 이렇게 생산된 창호 제품은 다시 건자재 업체를 거쳐 소비시장에 유통된다. 일부 대기업에서 자체 가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가공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이 일반적인 유통구조이다.

이 대표는 "정보통신(IT)이나 바이오 분야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은 판로가 제한된 내수 시장만으로 사업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밸류체인의 왼쪽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업체와 연관된 글로벌 창호 업체의 제품을 수입해 내수 시장에 공급하는 등 사업 입체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충북 음성 본사에 '창호박물관&교육센터'를 설립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창호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창호 16종 및 차양 시스템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대표는 "획일적인 공동주택 문화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다양한 기능과 품질을 갖춘 창호 제품을 직접 보고 선택지를 넓히는 공간으로 기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