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아리송하면 입 닫아" 위안부 할머니 비판하는 與 지지자들

입력 2020-05-19 15:26
수정 2020-05-19 15: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오히려 이 할머니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지난 15일 SNS를 통해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30년을 케어해 줬는데 하루 아침에 욕하고 안면을 바꿔? 위안부X아"라며 "그냥 찌그러져 있다가 죽어라. 인간 같지도 않은 X. 나이 먹어 아리송하면 그냥 입 닫고 가만있어라"며 이 할머니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변영주 감독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오래전부터 말하지 않았나. 그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이고, 우리가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과 용기 때문"이라며 이용수 할머니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래저래 너무 커지면 할머니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온다"면서 "당신들의 친할머니들도 맨날 이랬다 저랬다, 섭섭하다, 화났다 하시잖아요. 그걸 받아 적는 그 직업군(언론)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이 할머니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가 나라에 무슨 큰 공을 세운 위인인 것처럼 한다"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남편 김모씨는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목돈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편 김씨는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베가 가장 미워할 국회의원 윤미향'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쓴 글을 김씨가 편집해 올린 것이다.

남편 김씨가 편집해 올린 글에 따르면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이용수 할머니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후손들에게 목돈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사회운동가와 피해자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그 빈틈을 조선일보와 현재 이용수 할머니 옆에 붙어 있는 (반일을 반대하는) 수상한 괴뢰단체에서 파고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정의연과 여권 일각에서는 이 할머니에 대해 '배후 조종설' '연세가 많으셔서 기억이 왜곡' 등 과거 일본 측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에 쓰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또 윤미향 전 이사장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것에 대해 "윤미향씨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