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음란물' 손정우, 美에선 형량 얼마길래…손측 "송환 안돼"

입력 2020-05-19 13:33
수정 2020-05-19 13:43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 측이 미국 송환을 위한 법원 심사에서 인도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재차 주장했다. 법원은 내달 심문기일을 한 번 더 열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9일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와 관련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손씨 측 변호인은 "미국에 기소된 9가지 범죄 중 검찰은 자금은닉세탁에 관련한 3가지에 대해서만 인도를 청구했다"며 "범죄인인도법 10조에 따르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청구의 보증이 없으면 인도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확정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미국이 기소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보증이 없다"며 "보증서가 없다면 (미국으로) 인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인도조약과 법률이 다를 때에는 인도조약에 따르도록 돼 있다"며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는 인도법 10조와 유사한 보증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꼭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도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15조에 따르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에는 재판받거나 처벌받을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이 조약은 국내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로 보증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손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를 들어 인도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검찰은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에만 절대적 거절 사유"라고 했다.

손씨 부친이 아들의 미 송환을 막기 위해 손씨를 지난 11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을 두고도 주장이 갈렸다. 손씨 부친의 고발은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미국 송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손씨 부친이 형사고발한 사건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냐"고 묻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검토 중이나 이 사건 수사는 기소가 되지 않는 한 어떤 거절사유에도 해당할 수 없다"며 "수사를 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씨 측 변호인은 인도 대상이 된 자금은닉세탁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손씨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어 부친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에 부친 통장 계좌로 인출한 것"이라며 "당시 전자화폐가 국내 투기수단으로 활용됐기에 투자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손씨 측 변호인은 또 "이 사건은 서버 자체도 국내에 있고 손씨 본인 집에서 범한 범죄로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범한 범죄"라며 "대한민국에서 처벌하는 법률이 있으니 외국으로 보내는 것은 속인주의 속지주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손씨 부친의 고발건과 관련해 기소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검찰 측에 확인을 요구하고 내달 16일 한 번 더 심문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두번째 심문기일에는 손씨를 소환해 입장을 들은 후 곧바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으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씨는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달 27일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다시 수감된 상태다. 손씨는 2018년 8월 미국 연방대배심에서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해왔다.

법조계에선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돼 자금세탁 관련 범죄만 인정될 경우 징역 10년 이하, 아동 성착취물 광고 등 혐의까지 적용되면 징역 20년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