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식 출시된 LG전자의 새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LG 벨벳'의 핵심 포인트는 디자인이다. 형용모순처럼 들리는 '패셔너블'과 '미니멀'의 동시 추구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LG전자는 19일 MC디자인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온라인 테크 세미나를 열고 LG 벨벳 디자인과 후면 컬러 공법을 직접 소개했다. LG전자는 자체 설문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선택시 고려사항 중 하나로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LG 벨벳의 콘셉트를 '뛰어난 디자인'으로 정한 이유다. 스펙만 놓고 보면 여타 플래그십과 비교해 평범한 수준이라 할 수 있는 LG 벨벳이 출시 전후로 주목받는 점도 강렬한 디자인 덕분이란 평가다.
LG 벨벳은 그간 적자 행진을 이어온 LG 스마트폰 사업부가 기존 플래그십 브랜드 'G'와 'V' 시리즈를 버리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첫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LG 벨벳을 소개할 때 디자인과 '매스(대중) 프리미엄' 폰임을 강조한다. 여타 100만원 중반대의 프리미엄폰과 50만원대의 보급형폰의 사이 가격대인 만큼 성능도 그에 걸맞은 수준. 자칫 어중간해질 수 있는 터라 LG 벨벳은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웠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기기가 바로 스마트폰인 만큼, 어디서나 눈에 띄는 '패셔너블'하면서도 직관적이고 단순한 '미니멀함'이라는 상반되는 디자인을 함께 담아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매력적 스마트폰 디자인의 조건으로 △세련된 비례(폭, 넓이, 두께) △휴대하기 편한 크기 △사용하기 편한 대화면인서도 한 손 사용이 편한 사이즈 △매끄러운 손맛 △돌출 없이 조화롭게 배치된 카메라와 버튼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 컬러 등을 꼽았다.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거쳐 이같은 요소를 한 데 모아 LG 벨벳에 담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LG 벨벳이 시각적·초각적·감성적 매력을 함께 줄 수 있도록 힘썼다"고 설명했다.
세로와 가로 비율이 20.5:9로 비례 형태를 구현해 똑 떨어지는 모던한 첫인상을 주려 했다. 후면의 '물방울 카메라'도 최근 출시되는 이른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오는 것)'가 심한 인덕션 형태, 가로 형태가 아니라 세로로 카메라를 배열했다. 고화소 메인 카메라는 맨 위에 큰 렌즈로 배치해 DSLR 같은 느낌을 줬다. 카메라도 다른 기종들과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LG 벨벳은 기존의 평평한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4가지 곡률로 스마트폰 중심부와 가까워질수록 완만한 형태로 구부러지게 디자인했다. LG 벨벳을 손으로 잡으면 착 감기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처음 접하는 이들은 삼성전자의 '엣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엣지 부분이 훨씬 완만하단 차이점이 있다. 세심한 연구를 통해 엣지가 가진 기능적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테두리엔 메탈 재질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각 모서리엔 완만한 뿔 형태를 구현해 안정된 느낌을 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형태는 미니멀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컬러는 패셔너블함을 추구했다. LG 벨벳 후면에 어디서든 눈에 띄는 무지갯빛 컬러를 넣은 게 대표적이다. 비치는 빛에 따라 은은하게 변화하는 세련되고 우아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LG벨벳의 출시 색상은 △오로라 화이트 △오로라 그레이 △오로라 그린 △일루전 선셋 4가지다. 이 중 불그스레한 빛깔부터 푸른 빛깔을 한 데 담아 석양을 떠올리게 하는 일루전 선셋이 단연 눈에 띈다.
연구원들이 밝힌 무지갯빛 색상의 비밀은 바로 '나노 적층'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필름이다. 서로 다른 굴절률을 가진 나노 물질 수백 층을 쌓아 올려 만들어진 특수필름 안의 각 물질들이 서로 다른 각도로 빛을 반사해 다채로운 색상을 구현하는 구조다.
스마트폰 후면에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교한 패턴이 그려져 있다.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촘촘하게 넣어 LG전자가 독자 설계한 광학패턴이다. 4개 색상 모두 각기 다른 광학 패턴을 적용했다. 때문에 가공 시간이 전작 대비 10배 이상 소요되지만 LG 벨벳만의 입체감과 개성을 살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다음은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연구원들과의 일문일답.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디자인(색상) 집중이 원가 상승을 가져왔나.
- 김문영 책임연구원(이하 김) : 원판의 완성도가 높으면 생산성이 높다. 원판을 만드는 데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최적의 공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들어간 개발비 차이는 크지 않다. 원가는 크게 차이가 없다.
▶듀얼스크린을하면 LG전자가 강조하는 디자인이 가려지게 되는데.
- 유승훈 책임연구원(이하 유) : 듀얼스크린은 고객의 선택이다. 기능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쓰는 것이다. 케이스는 LG전자가 직접 협업해 출시하고 있다.
▶3D 아크 디자인은 갤럭시 '엣지'가 떠오른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스냅드래곤 765 5G'를 쓴 이유는 뭔가.
- 유 : 엣지처럼 미학적 가치를 살리면서도 불편한 오작동이나 화면 왜곡을 줄일 수 있게 곡률을 다르게 했다. 스냅드래곤 765 5G의 경우 상품기획팀과 협의해 채택했다. 얇은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도 일조했다.
▶광학 패턴이나 나노 적층은 여타 제조사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 김 : 물론 타 업체들도 채택한 보편적 기술이나 중요한 건 설계 방식이다. 광학 패턴의 경우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했고, 나노 적층은 굴절률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손떨림방지기능(OIS)과 고음질 오디오칩 '쿼드덱'이 빠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다.
- 유 :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고 성능이나 스펙은 상품기획팀과 상의를 거쳐 결정했다. 벨벳은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춘 제품이란 점을 감안해달라.
▶물방울 카메라 같이 세로로 카메라를 배치한 게 오히려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 김영호 전문위원 : 후면 카메라 렌즈 배열은 카메라 기능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5G, 오디오 성능, 균형 잡힌 카메라, 대화면 등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