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인가제' 폐지 기로…통신비 오를까 내릴까 '팽팽'

입력 2020-05-19 10:41
수정 2020-05-19 11:01

30년을 이어 온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인가제)'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가계 통신비 향방을 놓고 통신업계와 시민단체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요금인가제는 유무선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그간에는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어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KT, LG유플러스 등 2~3위 사업자가 SK텔레콤 인가 내용을 참고해 요금제를 신고해왔다.

요금인가제는 통신시장 내 선·후발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통신3사 요금 담합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요금인가제 무용론이 힘을 받으면서 30여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인가제를 없애면 통신요금이 필연적으로 오를 것이란 시민단체 우려와 인가제 폐지가 요금 경쟁을 촉발할 것이란 정부·업계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서다.

지난 7일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등 소비자 단체들은 개정안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사실상 통신요금 인상법"이라며 "통신사는 현재도 서비스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고도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가제가 폐지되면 요금제 인상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통신업계 입장은 정반대다. 인가제 폐지가 저렴한 요금제 출시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는 정부 인가를 받은 SK텔레콤의 요금제 중심으로 후발주자들이 요금제를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인가제가 사라지면 3사 간 요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유보신고제'는 과도한 요금 인상을 막는 동시에 이용자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신사의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면 정부는 15일 이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유보신고제를 대안으로 법 조항에 포함한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돼도 유보신고제가 있어 통신사가 요금제 수준을 큰 폭으로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인가제가 폐지되면 그동안 비슷했던 통신3사의 요금제가 자기 색깔을 드러낼 것이다.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국회 법사위에선 요금인가제 폐지법과 함께 '공인인증서 폐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도 논의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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