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 T모바일 지분 전량 도이치텔레콤에 매각 추진

입력 2020-05-18 17:24
수정 2020-06-17 00:32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현재 보유 중인 미국 통신사 T모바일 지분을 T모바일 대주주인 도이치텔레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1조3646억엔(약 15조7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의 모회사로,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T모바일 지분 25%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도이치텔레콤에 넘길 주식 규모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현재 T모바일 지분 44%를 갖고 있는 도이치텔레콤의 지분율은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T모바일의 시가총액은 1202억달러(약 148조원)에 달한다.

T모바일은 미국 이동통신시장 3위 사업자다. 지난 4월 4위 사업자 스프린트를 합병했고, 스프린트의 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그룹이 합병법인인 T모바일의 지분을 갖게 됐다. 버라이진과 AT&T가 각각 점유율 34% 안팎으로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합병 전 T모바일이 18%, 스프린트가 12%였다. 3위와 4위 간 합병으로 미 통신업계가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각종 투자에서 최근 대규모 손실을 본데다가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 개선 요구까지 겹쳐 주요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재일교포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3월 410억달러(약 50조5000억원)의 자산 처분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승차공유업체 우버,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 오요호텔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다.

한편 2007년부터 10년 넘게 소프트뱅크그룹 이사를 맡아온 마윈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겸 전 회장은 이날 소프트뱅크그룹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마 전 회장은 작년 9월 알리바바 회장에서 물러났고 소프트뱅크그룹에서도 손을 떼게 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000년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마 전 회장을 처음 만나 즉석에서 알리바바 투자를 결정했다. 창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던 알리바바는 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중국 최대 온라인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