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팔았는데"…은행株 살까 말까[이슈+]

입력 2020-05-18 11:27
수정 2020-05-18 13:1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은행주(株)를 내다 팔면서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街)에서는 가격이 매력적이고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은행주, 연초 대비 30% 떨어져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주는 올해 30% 안팎으로 하락했다. 가장 크게 떨어진 건 기업은행이다. 올 들어 전날까지 34.6% 급락했다. 뒤를 이어 KB금융(-32.4%) 신한지주(-31.1%) 우리금융지주(-30.2%) 하나금융지주(-29.4%) 등이었다.

은행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 하락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25bp(1bp=0.01%포인트) 내렸다. 2020년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지난 3월 50bp의 '빅컷'을 단행하면서 0%대 금리로 진입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의 수익원인 예대마진도 줄어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투자 여부를 놓고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유승창 KB증권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주의 가격이 매력적이고, 앞으로의 실적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유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는 국가별로 영향이 제각각"이라며 "국내는 코로나19 관련 대처를 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은행들의 실적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또 "주가가 급락하면서 가격 매력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여전히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은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아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산업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으로 미국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국내 은행들도 2분기에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보다는 일단 지켜보자고 했다.



◆워런 버핏, '최애' 은행주 매도

이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애'(가장 좋아하는) 주식인 은행주를 투자자산군(포트폴리오)에서 줄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의 약 84%를 매각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골드만삭스 주식은 지난해 말 1200만주에서 3월 말 190만주로 감소했다. 버크셔는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미국 대형 지방은행 US뱅코프 주식도 50만주(약 200억원) 매각했다. JP모건체이스 지분도 3% 가량 줄였다.

버핏의 은행주 매각은 시장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주는 미국의 경제 확장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업종으로 알려졌었다. 그의 은행주 손절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송렬/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