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20년' 유승호의 첫 외모 논란 그 후

입력 2020-05-18 09:43
수정 2020-05-18 09:45



2000년 MBC '가시고기'와 영화 '집으로'로 눈물샘을 쏙 빼며 '국민 남동생'으로 등극했던 유승호가 20년 만에 완벽한 남자가 됐다. 할머니에게 "켄터키 치킨을 사줘"라고 조르던 귀여운 소년을 지우고 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연쇄살인범 '지우개'를 쫓는 형사로 완벽히 분한 것. 최근 종영한 tvN '메모리스트'로 남성미를 뽐낸 배우 유승호는 "어려보인다는 이미지를 깼다"며 작품이 갖는 의미를 전했다.

'메모리스트'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을 가진 동백이 타인 기억 스캔 능력을 이용해 범죄자를 소탕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유승호는 동백을 연기하며 맨몸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극을 이끌었다. 첫 장르물 도전에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부담도 됐다"고 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 유승호였다.

"예전부터 연기를 해서 아역 이미지, 어려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경찰이라는 직업을 제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뭘해도 어려보일 거야', '어울리지 않아 보일거야'라는 생각도 많았어요. 그런데 '메모리스트'를 통해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무너뜨렸어요."

하지만 초반엔 유승호가 디자인했던 캐릭터의 모습과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관점 차이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첫 방송 후 "살이 쪘다"는 반응에 유승호는 SNS에 직접 "일부러 덩치를 키운 것"이라고 글을 올리며 애둘러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승호는 "듬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 것데 '관리를 안했다'는 말을 들으니 속생했다"면서도 "제가 보기에도 뚱뚱해 보이긴 했다"면서 담대하게 평가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얼굴이 잘나오는 것보다 그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턱선을 선보이려고요. 기대해 주세요."

하지만 몸을 던지는 열연과 연기 변신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유승호는 "상반된 평에 대해 제가 할 말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리 작품을 재밌게 봐 주신 분들께 감사하지만, 더 많은 분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건 저희에게도 놓친 게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베테랑 배우다운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각 캐릭터의 관계성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사건들이 있기에 저는 '메모리스트'가 참 좋았다"면서 노련하게 애정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극 말미에 지우개에게서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고 '오열'하는 모습은 유승호의 진가가 드러난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MBC '보고싶다', SBS '무사 백동수' 등 악한 역할을 맡아도 눈물로 설득력을 만들어낼 만큼 탁월한 눈물 연기의 소유자인 유승호는 '메모리스트'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유승호는 눈물 연기 비법에 대해 "진짜 그 상황에 들어가 이입을 한다"며 "이번엔 동백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함께 연기하는 여배우의 눈을 보면서 떨림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스트'를 끝낸 후 유승호는 아예 노란색으로 탈색을 하며 또 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종방연에서 찍힌 노란 머리는 유승호가 데뷔 후 20년 동안 처음 선보인 머리 색이었다. 본인은 "잘 어울리지 않아 바로 블루 매니큐어로 입혔는데, 잘 어울리지 않아 조만간 검정으로 다시 덮을 것"이라고 했지만, 완벽한 청년이 된 유승호의 변신에 "새롭다"는 응원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메모리스트' 후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던 영화에서도 하차하기로 한 유승호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군대까지 다녀온 유승호는 여유로웠다.

"지금 주변을 봐도 어떤 작품을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아 보여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휴식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천천히 준비할 예정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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