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쟁점이 된 피해자 배상 조항을 개정안에서 빼기로 여야가 합의하면서다. 일각에선 핵심을 제외한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과거사법 개정안에 대해 “배상 조항을 빼고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미래통합당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이채익 의원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합의가 된 만큼 조속히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2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법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군사정권 시절 국가의 인권 침해 사건 진상을 조사하는 과거사위원회를 재설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막판에 여야 간 쟁점이 된 부분은 개정안 36조다.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피해에 대한 배상 방안 등을 강구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에 ‘피해 명예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 정도로만 돼 있는 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통합당은 최근 협의에서 “배·보상 규모가 4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삭제를 요구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다. 박 원내대변인은 “관련 피해자 단체 20여 곳 중 19곳이 배·보상 조항이 빠지더라도 진상 규명부터 (20대 국회가) 꼭 처리해달라고 했다”며 “(배·보상 부분은) 21대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문은 지난해 행안위 논의 과정에선 별달리 언급되지 않았지만 최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다시 쟁점화됐다. 당시 홍익표 행안위 안건조정위원장은 “(개정안은) 배상과 보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적시하지 않았고 필요성과 원칙만을 담은 것”이라며 “기획재정부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문으로, 실제 배·보상까지 이어지려면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기준과 금액을 정한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사법 개정안에 배상 근거가 적시되지 않으면서 추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때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진상 규명 활동이 추가로 이뤄지면 배·보상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데, 모(母)법 성격인 과거사법에 관련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시간이 별로 없어 일단 통과시킨 뒤 추가적인 논의는 다음 국회로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보상 문제로 여야 협의에 난항을 겪은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4·3 특별법)’은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