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4년 만의 '반감기 호재'에도 약세

입력 2020-05-17 15:32
수정 2020-05-17 15:33
비트코인 시세가 4년 만에 ‘반감기’(채굴자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 호재를 맞았음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 1200만원대를 터치했으나 12일에는 1040만원대 안팎을 유지하는 등 횡보를 지속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반감기 기대가 겹치는 등의 영향으로 약 두 달간 두 배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4시20분께 세 번째 반감기를 맞아 블록당 채굴 보상이 12.5비트코인에서 6.25비트코인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발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4년마다 반감기를 통해 채굴 보상(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 반감기인 2016년 당시엔 약 8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직후 30배 넘게 상승한 끝에 2017년 최고점인 2800만원 선까지 급등한 바 있다.

업계는 비트코인 수요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반감기로 신규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시세가 오를 것으로 점쳐왔다. 대표적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톰 리 펀드스트랫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 비트코인의 실적은 전통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을 뛰어넘었다”며 “주식 등 전통적인 시장이 전방위로 붕괴하지 않는다면 달러 약세는 반감기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 상승 재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반감기를 비트코인 가격 상승 호재로만 단순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스콜 프리먼 JS캐피털 공동창업자는 이번 반감기가 도리어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에 선(先)반영돼 있다. 현시점에선 채굴업자들도 사업모델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10일 비트코인이 반감기를 앞두고 떨어진 것과 관련, “아무런 뉴스와 이슈 없이 15% 추락했다. 비트코인은 스캠(사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소수 고래(거물)에 의해 통제되는 완벽하게 조작된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