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이민호·김은숙 작가, '억'소리 나는 몸값…제대로 하고 있나요?

입력 2020-05-16 08:42
수정 2020-05-16 10:30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며 입을 여는 것에 대해 다들 꺼려했지만 배우 이민호와 김은숙 작가, 이들이 '특A급' 몸값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대한민국 드라마판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작가와 배우가 만났다.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말 그대로 "돈 값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는 '불패' 신화를 기록했던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김은숙 작가는 통통 튀는 캐릭터와 번뜩이는 상상력, 여기에 '어록'으로 불리는 달달한 대사로 '김은숙'이라는 이름 만으로 편성이 확정되는 스타 작가다.

전쟁터를 배경으로 했던 '태양의 후예', 고려시대와 현대를 오갔던 '도깨비',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션샤인'까지 영화 제작비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김은숙'이란 이름이 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은숙 작가가 보장해줄 흥행을 믿고 투자가 이어졌고, 간접광고 등 제작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섰다. 시대물이었던 '미스터션샤인'에 파리바게뜨를 '불란서빵집'으로 넣는 센스있는 PPL로 "역시 김은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스터 션샤인' 집필 당시 김은숙 작가의 고료는 1억 원 선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감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 킹'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더 킹'의 회당 제작비는 20억~25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20억 원으로만 계산해도 16부작 '더 킹'의 총 제작비는 320억 원이 된다. 왠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많은 제작비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평행세계를 오가는 로맨스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더 킹'이었지만 막상 베일이 벗겨진 후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 이하의 대사와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한제국 최초의 여자 총리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진 여성이 술집 종업원을 연상케 하는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와이어가 없는 속옷은 가슴을 받쳐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여기에 내용과 융합되지 않는 PPL이 쏟아지면서 "드라마냐, 홈쇼핑이냐"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황실 맛과 같다"는 커피, 잠복근무 중인 형사들이 야무지게 챙겨 먹는 김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공유하는 '립밤' 등 1편의 드라마에 10여개 제품들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등장한다.

치솟는 제작비를 고려할 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PPL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전까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PPL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색다른 재미를 줬던 김은숙 작가가 '더 킹'에서는 그런 노력을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몸값'을 못하는 건 김은숙 작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류스타' 이민호 역시 주인공으로 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을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니시리즈에서 첫 주연을 맡는 배우들도 팬덤이 있고, 젊은 층의 인기만 확인되면 회당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 만으로 작품의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특A급 한류스타들의 경우 회당 출연료는 1~2억 원까지 올라간다.

'더 킹'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이민호가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그런 주연배우가 첫 회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복귀했지만 "발전이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호의 데뷔작인 KBS 2TV '반올림'이 방송된 건 15년 전,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KBS 2TV '꽃보다 남자'는 11년 전에 방송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넘게 연기가 늘지 않은 것.

더욱이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뺏긴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인 SBS '상속자들'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상속자들' 김탄과 '더 킹'의 이곤은 고등학생과 황제라는 설정 차이만 있을 뿐 말투부터 헤어스타일까지 크게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비판과 함께 '더 킹' 시청률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작 '하이에나'가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마지막회는 1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끌어 올린 후 바통터치를 했지만, '더 킹' 2회 11.6%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후 지난 9일 방송된 8회에선 8.1%까지 떨어졌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재무재표만 놓고 볼 때, '더 킹'은 SBS와 넷플릭스에 비싼 값으로 방영권료를 받으면서 이미 제작비 대부분을 환수해 적자는 아니다"며 "하지만 영향력 있는 스타 작가와 한류 스타가 이런 졸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