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은 제39회 스승의 날이었다. 교육부는 올해 COVID-19(코로나19)가 학교 내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라인 수업이라는 특례조치를 내렸고, 그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선생님을 만날 수 없게 됐다. 학교는 조심스레 배움의 문을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학생 없는 학교에서 맞은 올해 스승의 날 모습은 왠지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세상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나를 오래 기다려주고, 내가 기대보다 잘하지 못하고 있을 때조차도 끊임없는 긍정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그 세상 안에서 어떻게 내 뜻을 펼쳐야 하는지 가르쳐주시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의 선생님이다. 기다림이 일상이 되어버리신 분들. 때로는 우리를 향한 그 기다림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버릴지언정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진리를 믿고 묵묵히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시는 분들이시다.
정문입설(程門立雪)은 ‘정씨 집 문 앞에 서서 눈을 맞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의 마음이나 배움을 간절히 구하는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중국 송나라 때 양시와 유작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양시와 유작은 북송 때의 유학자 정호의 제자였다. 정호가 세상을 떠난 뒤 양시와 유작은 정호의 동생인 정이를 스승으로 섬기고자 찾아갔다. 그들이 정이의 집에 이르렀을 때, 마침 정이는 눈을 감고 좌정하여 명상에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서서 정이가 눈을 뜨기를 기다렸는데, 이때 밖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 정이가 눈을 뜨고 양시와 유작을 보았을 때, 문밖에는 눈이 한 자나 쌓여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두 사람은 스승을 뵙고자 말없이 서서 기다렸다. 양시와 유작은 이처럼 배움을 간절히 구하는 자세로 학문에 정진하여 여대림사양좌와 함께 정문(程門: 정호와 정이의 문하)의 4대 제자로 꼽힌다.
인기 가수 싸이(PSY) 씨가 부른 노래 중에 ‘아버지’라는 곡이 있다. 제39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원곡 가사를 조금 개사하고 싶어진다. 『선생님,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저희와 같이 가요.』 급변하는 세상에서도 변치 않는 것. 선생님의 사랑과 기다림에 깊이 감사드리자.]
김재윤 생글기자(염창중 3년) 2wondergi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