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돌연 '중도 사임'…트럼프 압박 탓?

입력 2020-05-15 07:37
수정 2020-05-15 07:39

중국이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일삼는데 WTO(세계무역기구)가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해오던 가운데 WTO 수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중도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본래 임기 만료일인 내년 8월말보다 1년 앞서 오는 8월31일 물러나겠다고 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 어떠한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WTO는 향후 내부 개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에 일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각료회의(MC12)에서 이에 대해 논의해달라. 차기 사무총장 선거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으며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발표는 전날까지 WTO 사무국 내부나 회원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중도 사퇴 발표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의 견제가 연일 심화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WTO는 지난해 말부터 입지가 대폭 축소됐다. 분쟁 해결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 재판을 맡는 위원들 임기가 종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차기 위원 선임을 반대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무역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WTO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2013년 9월 취임해 4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 2017년부터 2번째 임기를 맡았다. 중도 사퇴에 따라 164개 회원국 동의 하에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오는 9월까지 후임이 뽑히지 않을 경우 사무차장 4인 중 한 명이 임시 총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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