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양보해"…日 코로나19 병실 부족→노인 치료 포기 강요

입력 2020-05-14 18:39
수정 2020-05-14 18:41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붕괴 해결책으로 노인들의 치료 양보를 강요하는 방안이 나왔다.

14일 뉴스포스트세븐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으로 혼란을 겪는 의료 현장에서 '어떤 환자를 먼저 치료해야하나' 갈등이 생겨 의료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노인들에게 '집중 치료를 양보한다'는 내용의 일명 '양보 의지 카드'를 나눠주는 방안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카드는 코쿠조 후미노부 오사카대 인간과학과 미래 연구 센터 초빙교수이자 순환기 전문의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공 호흡기 등 고급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장비가 부족할 경우 젊은 사람에게 고급 의료를 양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노인의 양보를 통해 젊은 사람 중심으로 배분하겠다는 셈법이다.

또한 "'양도카드'를 노인 개인의 희생 정신에 맡길 경우 양도하지 않는 사람이 반드시 나온다"며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공적인 규칙 제정이 필효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4%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령' 국가다. 코로나19로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한 '돌봄 공백'이 생겨 상당수 노인이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양보 강요 카드'까지 등장하게 된 것.

한편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1만6815명이었다. 수도 도쿄에만 50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709명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중 39개 지역의 긴급사태를 해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홋카이도, 오사카부, 효고현, 교토부 등 8개 도도부현은 긴급사태를 유지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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