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언택트(비대면) 소비’란 새로운 트렌드를 낳았다. 오프라인 매장에 나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TV홈쇼핑은 언택트 트렌드 소비를 대표하는 업종이다. 해외에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배송 지연과 취소 사태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관련 업계의 올 1분기 실적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커머스와 홈쇼핑업체라고 다 언택트 특수를 누린 게 아니라 업체별로 결과가 달랐다. 관건은 ‘식품’이었다. 업계에선 “언택트 시장에서 수혜를 보려면 식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식품 취급 많은 쓱닷컴 등 수혜
전체적으로 보면 e커머스에선 쓱닷컴, 마켓컬리 등의 매출이 1분기에 늘었지만 11번가, 위메프 등은 감소했다. TV홈쇼핑은 NS쇼핑을 제외하곤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e커머스 업계의 1분기 성장을 이끈 곳은 신세계의 온라인 법인 쓱닷컴과 마켓컬리, 쿠팡 등이었다.
쓱닷컴의 1분기 매출은 9170억원.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40.4%나 증가했다. 마켓컬리의 성장폭도 컸다. 2월 매출이 전월 대비 25%가량 증가했고, 3월에도 증가율이 19%에 달했다. 주문 건수 또한 2월과 3월에 25%, 11%씩 뛰었다.
이들의 주력 제품은 고기,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우유, 과자 등 가공식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밥 해먹는 사람이 늘고, 대형마트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증가한 영향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장보는 것을 꺼렸던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이 이번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고객으로 빠르게 유입됐다”고 말했다. 쿠팡에서도 1분기에 패션 상품 주문량이 감소했으나 신선식품 배송 ‘로켓프레스’ 주문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을 주력으로 취급하지 않는 e커머스업체들은 실적이 오히려 줄었다. 11번가가 대표적이다. 1분기 매출이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감소했다. 영업적자도 48억원이나 냈다. 작년 1분기에는 40억원대 이익을 냈다. 인터파크도 비슷했다. 1분기 매출이 20% 급감했고, 영업이익도 기존 약 50억원에서 -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내에서도 매출이 큰 투어 부문과 티켓 판매 부문이 코로나19 탓에 특히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위메프와 티몬 또한 투어와 티켓 등의 부진 탓에 1분기 ‘역성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NS쇼핑 ‘맑음’ vs GS홈쇼핑 ‘흐림’
TV홈쇼핑 업계에선 NS쇼핑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NS쇼핑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434억원과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3%와 14.7%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 사람들이 식품을 많이 구매한 것이 NS쇼핑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NS쇼핑은 농·수·축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겠다며 과거 방송 승인을 얻었다. ‘농수산홈쇼핑’이 전신이다. 현재 식품 비중은 60%에 가깝다. 10% 안팎에 불과한 다른 홈쇼핑들보다 훨씬 높다. 식품 위주로 판매한다는 점은 NS쇼핑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TV홈쇼핑 업계가 패션 상품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른 홈쇼핑 채널은 판매 상위 상품 대부분이 패션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약점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강점’으로 바뀐 것이다.
패션·뷰티가 주력인 다른 홈쇼핑 실적이 1분기에 좋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GS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등 주요 홈쇼핑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 안팎 감소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주요 고객은 40~60대 중장년 여성인데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패션 상품 소비를 확 줄였다”며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매출 감소를 간신히 방어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