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열린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국가·지방 공무원을 각각 3만6000명과 2만7000명씩 총 6만3000명 신규 채용(순증 1만6300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기준 공무원 수는 111만3400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이미 8만1100명 증가했다. 이 증가폭만 해도 이명박 정부 1만2100명, 박근혜 정부 4만1500명 등 보수정권 9년간 늘어난 5만3600명의 1.5배를 웃돈다.
그런데 또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정부가 나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고용 사정이 절박하다고는 하지만 민간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재정만 퍼부으면 그만인 공무원 증원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데 대해 우려가 앞선다.
공무원 증원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번 늘린 공무원은 정년까지 보장돼 절대 줄지 않는다. 늘어난 공무원 수만큼 각종 인건비와 공무원연금 등에 투여되는 재정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뜩이나 적자재정으로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심각한 마당에 공무원을 더 늘리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 증가가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구축(驅逐)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증원으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는 더 많은 세금과 국채발행을 유발해 기업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민간 일자리를 줄어들게 한다. ‘파킨슨의 법칙’이 말해주듯 공무원이 늘면 규제도 따라서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해 공무원을 늘린다는 것은 명분도 약하다.
‘큰 정부’로 치닫다가 국가 부도위기를 맞은 그리스는 반면교사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1981~1996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11년간 집권하면서 30만 명이었던 공무원 수를 3배 가까이 늘렸다. 이것이 부메랑이 돼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를 맞고 경제가 파탄났다.
‘세금을 내는’ 제대로 된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등 걸림돌을 제거해주면 된다. 그러려면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가 더 효율적이다. 당장 고용이 급하다고 손쉽게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수를 늘리면 두고두고 짐이 될 뿐이다. 코로나 사태는 머지않아 종식되겠지만 공무원 증원의 폐해는 평생 간다.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헌재 전 부총리가 그제 한경 주최 웹세미나에서 “정부가 코로나 방역 성공에 취해 큰 정부로 가선 안 된다”고 경고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정부가 커지면 시장 효율이 급격히 저해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가 할 일은 재정투입이 아니라 규제혁파”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깊이 새겨둬야 할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