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 논란이 뜨겁다. 플랫폼 노동자가 크게 늘면서 고용보험 확대 개편 논의가 불거지리라 생각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것 같다. 사실 모든 사회보험은 사회적 불안에 따른 결과물이다. 구미 선진국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급증한 산업재해 피해 근로자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산재보험이 등장했다. 대공황의 직격탄을 받은 소시민의 기본 생활과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실업보험과 국민연금이 생겼다. 이렇게 사회보험은 ‘킬러 리스크’로부터 사회를 유지하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기초보장제도다.
사회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유사시에 보험 급여를 받는 보험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준용한다. 이에 비해 민영보험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며 ‘수지상등의 원칙’에 따라 사업이 이뤄진다. 미래에 지급이 예상되는 보험금만큼 보험료를 받아 운용하는데, 수익을 남기기 위해 투자 사업을 한다. 사회 전반의 리스크 관리 향상에 기여하는 보험사는 사업 자체가 건강해야 마땅하다. 투자 사업 차원에서 보험사는 대출을 하고 부동산 등에 투자하며, 건강한 보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민영보험은 ‘언더라이팅’에 힘쓴다. 과거 기록에 근거해 소위 불량 리스크의 인수를 거절할 수 있고, 인수한 리스크들을 나름의 사업 내용 기준에 따라 분류하며, 각 리스크에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이를 언더라이팅이라고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초보장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의 경우는 언더라이팅이 무의미하다. 제도 대상자라면 당연 가입이 되고, 가입자도 세세하게 분류하지 않으며, 보험료도 굳이 수지상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사회보험은 사회 연대성 강조 차원에서 기초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제도를 운용해서는 안 된다. 사회보험도 보험이기 때문이다. 혜택을 받는 보험 가입자의 적절한 기여가 있어야 마땅하다. 기여 없이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그것은 사회부조지 사회보험이 아니다. 사회보험의 근간인 사회 연대성을 강조하는 듯한데 그것도 보험 가입자 다수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마땅하다. 다수의 동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도입은 안 될 일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무책임한 장밋빛 약속이 가득한 제도의 졸속 도입으로 후세대가 고스란히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고용보험 확대 도입처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경우라면 도입·운영 논의도 긴 안목으로 면밀하고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