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에 걸친 ‘신성장론’ 연재를 마치며 다시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을 생각한다. 이 강력한 법칙에 따라 한국 경제의 진짜 실력을 나타내는 장기성장률이 보수·진보 상관없이 정권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 마침내 제로(0) 성장에 근접하고 있다. 그 결과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분배도 악화됐다. 연 8% 이상 고속 성장을 30년간 지속한 황금의 성장세가 반전한 것은 선진 기술과 지식을 베끼는 모방형 성장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도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방형 인적 자본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창조형 인적 자본’으로 성장 엔진을 확 바꿔야 한다. 창조형 인적 자본 축적을 촉진하는 정책만이 유일한 성장 정책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장기 성장 추락세를 떠받치는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경기변동 대응 수단인 경기부양책 같은 ‘가짜 성장 정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어느 정부도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을 저지하지 못했다. 특히 과도한 경기부양책은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지금까지도 위기 압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기술혁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창조형 인재가 기술을 개발하는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속에 추진돼 ‘천수답’ 기술 정책에 머물렀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다. 지난 30년간의 정책을 반성하고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추세 장기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추락한 것에 크게 기인한다. 추세 장기성장률이 7~8%대였다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연간 성장률 4~5%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간 이후에도 경제 정책의 혁명적 전환이 없다면 더욱 낮아지는 추세 장기성장률로 경제가 더 큰 위기에 빠져들고, 좋은 일자리는 메말라 갈 것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창조형 인적 자본 주도 성장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창조형 인적 자본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보조금을 높이는 ‘창조형 근로자 소득세 감면제도’ ‘창조형 제품 부가가치세 감면제도’ ‘창조형 교육재정제도’ 등 혁신적 조세 및 정부지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모든 종류의 창의적 아이디어 생산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아이디어 공적 구매제도’ ‘정책 아이디어 이익 환급제’ 등의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학생을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의 창조자로 키우는 ‘창조형 수업’으로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과 창의성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창조형 대학입시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넷째, 취업 근로자와 기업가들을 창의성 재교육을 통해 창조형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창조형 인재 재탄생 프로그램’도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선거 등에서 창조적 리더가 선출·선발돼 개혁을 이끌 수 있도록 ‘정치인·공무원 아이디어 실명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미국의 66%에 불과하다. 창조형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한 경제·사회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창조형 인적 자본 성장정책’을 통해 이들 인프라를 갖추기만 하면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 번 고속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창조형 국가’로의 대변환을 통해 전 국민이 창의인재로 거듭난다면, 우리가 창출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세계 기술 진보를 주도하는 대표적 창조형 국가인 미국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 결과 1인당 소득이 미국의 그것을 앞지를 날이 올 수 있다.
결국, 고속 성장을 회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좋은 일자리와 풍요로운 삶을 향유할지 아니면 제로 성장에 처해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과 곤경에 처할지는 우리가 창조형 국가로 개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