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회계용어도 바뀌나, EBITDA+C(코로나) 등장

입력 2020-05-14 14:29
수정 2020-05-14 16:01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쪼그라들면서, 회계업계에서는 ‘EBITDAC’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상각전 영업이익에 코로나19 때문에 벌어들이지 못한 현금까지 얹어서 계산한 EBITDAC이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회계처리가 아니겠냐는, 농담섞인 발상에서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 실무에서 이 신조어를 쓰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코로나19를 핑계로 이익을 부풀리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독일 제조기업인 셴크 프로세스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540만유로를 더 벌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1분기 상각전 영업이익은 1290만유로였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미실현 이익을 더하면 1830만유로의 현금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센크 프로세스가 이 ‘작업’을 통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많은 현금을 벌어들인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누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건축자재 제조사인 아제크는 지난주 채권을 발행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미실현 이익을 추후 실적에 반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상각전 영업이익은 이자비용(I), 세금(T), 감가상각(DA)을 차감하기 전의 이익을 뜻하며, 기업의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고있다. 그런데 EBITDAC은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미실현 이익(C)까지 반영한다. 즉 코로나19 충격이 큰 기업일수록 상각전 영업이익보다 EBITDAC 숫자가 더 크게 나오게 된다.

EBITDAC은 코로나19가 기업 실적에 미친 악영향을 상징하는 용어로 통용되며, 이 단어를 새긴 컵이나 티셔츠가 판매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EBITDAC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비판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업이 얻지 못한 이익을 계산하는 과정 자체가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의 닉 코도브스키 애널리스트는 “손실이 코로나19 때문인지, 경쟁사 또는 규제 때문인지 여부를 계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롭 존스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이익을 반영한다면, 반대로 코로나19 덕에 얻은 수익도 제외해야 할 것”이라며 EBITDAC의 실무 적용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