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허침해 배상확대 법안' 폐기 위기

입력 2020-05-13 17:32
수정 2020-05-14 01:22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수준을 높이는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업계의 오랜 요구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여야의 늑장 심사 탓에 20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특허법 개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에 계류 중이다. 지금은 특허를 침해하더라도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에 따라 손해배상 규모가 정해진다. 예컨대 특허를 침해한 기업이 1만 개의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올려도 특허 소유 기업의 생산능력이 100개 규모라면 100개만큼만 배상하면 된다. 나머지 9900개 생산 이득은 특허를 침해한 기업이 오롯이 챙길 수 있다. 특허에 제값을 지불하기보다 특허를 침해해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생긴 배경이다. 특히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특허 침해를 당해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해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2월 특허를 침해한 자가 취한 이득을 전부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야 모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법안 통과는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원행정처가 민법상 실제 입은 손해만큼만 배상해야 한다는 ‘실손전보배상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다. 법사위는 특허청과 법원행정처 간 협의를 주문하면서 개정안을 법안심사 2소위로 넘겼다.

특허청과 법원행정처는 지난 11일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다. 특허 침해 기업이 특허 소유 기업의 생산능력 이상 이익을 얻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반환이 아니라 실시료(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특허 침해로 인한 기회비용을 손해로 인정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익의 10% 수준을 로열티로 보고 있다.

하지만 4·15 총선을 거치면서 법안심사 2소위의 상황이 바뀌었다. 소위 의원 10명 가운데 절반이 21대 총선에서 불출마했거나 낙선했다. 법안심사 2소위가 법안 처리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심사 2소위 간사인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 측은 “여야 원내대표 간 본회의 일정이 잡혀야 법사위 일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