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첫날 1조1556억원 신청…'본의 아닌 기부' 속출

입력 2020-05-12 09:04
수정 2020-05-12 09:06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 날 일부 신청자들이 실수로 기부를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약관 동의를 누르다 의도치 않게 기부까지 동의를 누르게 된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각 카드사 콜센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실수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했는데 이를 돌려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현재 일반적으로 각 카드사 지원금 신청 화면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고객이 받는 지원금액이 나오고 기부금 신청 항목도 나온다. 여기서 기부금액을 만원 단위로 입력할 수 있고 전액기부 클릭상자를 누를 수 있게 돼 있다. 기부금액 입력이 끝나야 지원금 신청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때 연달아 '동의' 버튼을 누른 신청자들이 기부에도 동의한다고 체크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기부되면서 이를 취소하려는 고객들이 카드사 상담센터로 몰렸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한 번 기부를 신청하면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관련 민원과 문의가 이어지자 각 카드사는 당일 신청분에 한해 기부 취소나 금액 수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 신청 첫날인 전날 오후 9시 기준 전국 171만6121가구가 총 1조1556억4500만원을 신청했다. 온라인 신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인 만큼 신청 가구수와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가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신청 절차 마지막에 기부 항목이 등장하는데다 기부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카드업계는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화면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절차를 삽입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절차가 함께 삽입되면서 기부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생겼다"며 "기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재난지원금 신청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은 KB국민·NH농협·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PC와 모바일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가능하다.

신청은 공적 마스크 5부제와 같은 방식의 요일제를 적용한다. 출생연도 끝자리 1·6은 11일에 진행했으며 2·7은 12일, 3·8은 13일, 4·9는 14일, 5·0은 15일에 할 수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