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현장경영 재개…삼성SDI 찾아 '미래 먹거리' 점검

입력 2020-05-13 01:13
수정 2020-05-13 07: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SDI 천안 사업장 방문을 시작으로 현장경영을 재개한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이후 삼성을 떠받칠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현황 등을 보고받고 공급 확대 전략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에 대한 의지를 밝힌 이후 첫 경영 행보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 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한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사장) 등 핵심 임원들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대외 경영 행보는 지난 3월 25일 경기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미래기술 전략을 점검한 뒤 약 한 달 보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한·일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지방 사업장을 돌며 현장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3월에도 경북 구미 사업장,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충남 아산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독려하고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I 천안 사업장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지난 6일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방문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삼성의 핵심 사업이다. 신수종 사업 선정 첫해인 2010년 2조3682억원이던 삼성SDI 배터리 사업 매출은 지난해 7조7116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SDI 전체 매출(10조97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6.3%까지 높아졌다.

차세대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삼성SDI는 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5%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2018년 점유율은 3.2%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CATL 등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가 2012년 합작을 청산했다. 흔들렸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이 부회장이었다. 그는 2012년 독일 BMW를 직접 찾아가 관계를 맺고 대규모 공급계약을 이끌어냈다. 이런 인연은 지난해 삼성SDI가 BMW와 29억유로(약 4조원) 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업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부회장이 첫 방문지로 삼성SDI를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납품처 확대 전략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