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시민단체를 포함해 약 1만 곳에 이르는 공익법인의 공시 오류 여부를 두 달간 검증하기로 했다. 부실이 드러난 곳은 결산자료 재공시를 요구하고 이마저도 부실하면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의기억연대’가 2018년 한 맥줏집에서 3339만원을 결제했다고 공시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부실 공시 논란이 커지자 내린 조치다.
12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기준 공시 대상 공익법인 9663곳이 걷은 6조3472억원의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공시 대상 공익법인은 총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수익금이 3억원 이상인 곳이다. 이들은 한 해 기부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이를 어디에 썼는지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국세청은 부실이 드러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오는 7월 재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조치는 정의연이 2018년 서울 청진동의 한 맥줏집에서 후원의 밤 행사를 열면서 3339만8305원을 결제했다고 공시한 데서 비롯됐다. 이 금액을 하루에 맥줏집에서 쓰는 게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오자 정의연은 “140곳에서 사용한 것을 한 곳으로 몰아 기재했다”고 해명했지만 140곳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회계사무소 공인회계사는 “시민단체들이 여러 지출을 하나로 묶어 회계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기부금 모금과 지출 내역 등이 담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정의연에 보냈다. 행안부는 법 위반 확인 등을 위해 장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 회계관리가 정의연만의 문제는 아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22억7000만원을 모금했다고 공시했지만,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하나도 적지 않았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실수해 누락된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성수영/최다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