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前 밀어내기 분양 쏟아지고 지방 경쟁률 3분의 1 토막 날 것"

입력 2020-05-12 17:04
수정 2020-05-13 00:49
오는 8월부터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도시지역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 비인기 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지금의 3분의 1 토막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돼 일부 지방에선 미분양이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규제가 시행되는 8월 전에 공급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전 밀어내기 분양 잇따를 듯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을 피한 분양 단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11일 실시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의 무순위 청약에 6만 명가량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1175.3 대 1에 달한다. 전용면적 84㎡A형은 2가구 모집에 5만6015명이 몰려 2만8007.5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매 제한 시행 이전에 분양을 받자는 수요가 대거 몰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성비가 높은 편”이라며 “8월 이전까지는 지역에 관계없이 분양시장이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8월 전까지 ‘물량 밀어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분양시장은 계속 호황이었다”며 “이 분위기를 이어가 최대한 8월 전에 신규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등 이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있는 인기 지역에서는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들이 모든 지역에서 밀어내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위주로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8월 이후 분양시장 양극화

전매 제한이 적용되는 8월 이후엔 청약시장이 ‘극과 극’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수요 중심의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한 서울 인기 지역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분양권 전매를 노렸던 투자 수요는 자취를 감춰 부산 등 지방 대도시 등의 분양시장은 크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8월 이후엔 규제 지역과 기존 비규제 지역이 동일한 전매 조건으로 분양된다”며 “투자 가치가 높은 규제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규제 이후엔 지방 등의 청약 경쟁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분양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 갖기’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방에서도 실수요가 탄탄한 천안, 청주 등 지방 중소도시는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이나 교통 호재가 있는 곳도 경쟁률이 높을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시장에서 단기적으로 분양권을 처분해 이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사라질 것”이라며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2014년 말 2만565가구에서 2018년 말 5만2519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지난 3월 말 기준으로는 3만4102가구로 줄었다.

또 분양시장을 맴돌던 투자 자금이 재건축 등 기존 주택 매매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용산 개발이 재개되고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일부 지역의 강세가 다른 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은지/장현주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