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화가’로 유명한 김종학(1937~)은 젊은 시절 전위적 모더니즘, 추상미술, 실험적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를 섭렵했다. 이후 1979년부터 설악산에 칩거하며 작품세계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했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화려한 색채로 자연을 화폭에 담았고, 추상성에 기반한 구상화로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경지를 표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그림엔 만화방창(萬化方暢)하고 물이 흐르며 새들이 날아든다. 꽃과 나무와 잡풀과 덤불이 무성한 대상을 그는 카메라 렌즈를 줌인(zoom in)하듯 바짝 당겨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설악산의 경이로움과 감흥이 담겼다. 초록이 무성한 여름이면 폭포, 계곡, 호수, 강, 냇물, 샘이 등장한다.
1987년에 그린 ‘폭포’는 전통 미감을 반영한 한국적 서양화로 꼽힌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와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만 뚜렷하게 표현하고 나머지 대상은 과감히 생략했다. 서양화인데도 추상과 구상의 변주로 전통회화의 사의성(寫意性)을 살렸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다음달 21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조명 Ⅲ-김종학’에서 그의 60여 년 화업을 보여주는 2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