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에 역전세 공포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규제지역에서 ‘해당지역 1순위’ 거주 요건을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하면서 아파트 청약을 염두에 두고 이주하려는 과천 전세 수요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동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1317가구)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약 6000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청약 거주 요건 강화로 세입자 줄어
과천시 원문동 A아파트에 갭투자를 한 김모씨(45)는 3분기 전세 만기를 앞두고 근심이 커지고 있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법이다. 김씨는 작년 초 전세 9억1000만원을 안고 A아파트 전용면적 84㎡를 샀다. 하지만 현재 이 일대 전세가격은 6억5000만원대로 내렸다. 김씨는 “2억원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어떻게 메울지 걱정된다”며 “부천 집을 팔고 월세로 가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했다.
과천 일대 주요 아파트 전용 84㎡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억원 안팎까지 뒷걸음질치고 있다. 별양동 ‘래미안 에코팰리스’ 전용 84㎡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10억원이었지만, 현재 7억16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 9억6000만원이던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 전세도 최근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과천지구) 등 유망 분양 물량이 많은 과천은 청약 대기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월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1년 거주에서 2년 거주로 강화하면서 세입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후 과천시 전세가격 변동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1.24% 떨어져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원문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빠졌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과천 지식정보타운 분양은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 전세를 들어올 이유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 보증보험 가입 고려해야
연말부터 재건축 입주 물량 폭탄이 쏠아지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오는 12월 주공 7-1단지를 재건축하는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이 입주에 나선다. 내년 1월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2128가구), 11월에는 ‘과천자이’(과천주공6단지·2099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전세시장에 물량 부담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일부 집주인은 2년 전 아파트를 매도할 때 전세가격을 시세보다 1억~2억원 높여 판매한 뒤 본인이 세입자로 들어간 경우까지 있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과천에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했는데 전세가격이 떨어져서 살던 집을 월세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세입자들이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제때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전세가 시작되면 집을 팔아 전세보증금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들도 연쇄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증보험 등에 가입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