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위대하다.
최순실도 위대하다."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지 200일 만인 지난 10일 자정께 석방됐다. 6개월의 구속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자신을 응원하러 모인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한 차례 고개를 숙인 뒤, 미리 준비된 차를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이때 구치소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정 교수 지지자와 일부 반대파가 뒤섞여 구호를 외쳐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정 교수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우리 나라 문제가 참 많다"고 세태를 비판했다.
진 교수는 10일 SNS를 통해 "언젠가 쌍둥이 딸 위해 시험문제 빼돌린 아빠가 있었다"면서 "상을 주어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그 '위대'한 부성에 무려 징역 3년 6개월을 때렸다. 이래서야 어디 우리 엄마 아빠들이 '위대'해 질 수 있겠나
진 교수가 공유한 사진에는 정 교수 지지자들이 '엄마는 위대하다 정경심은 위대하다'라는 문구를 적어 응원하고 있었다.
진 교수는 박근혜 정권 당시 자신의 딸 정유라의 입시비리에 관여한 것을 빗대 '엄마는 위대하다. 최순실(최시원 개명 전 이름)은 위대하다'라고 비꼬았다.
진 교수가 인용한 사건은 자신이 교사로 있는 학교에 재학중인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문제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해당 교사는 1심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3년형을 받았다.
진 교수는 앞서 8일 첫 재판에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차량을 일부 지지자들이 물티슈 등으로 손수 닦아주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푸하하. 차 갖고도 이러니 실물을 만나면 아마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드릴 듯"이라고 적었다.
영상에는 이날 조 전 장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자 대기중이던 차를 세 네 명의 시민들이 물티슈로 열심히 닦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를 중계했던 유튜버는 "'두번은 여기 오지 말라'는 지지자들의 말을 대변하며 먼지가 많이 있는데 세차할 여유가 있었겠나. 가족 모두 정신이 피폐한 상태다"라며 "차를 닦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 백분 이해가 된다. 해줄 게 없어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았다'는 표현은 마리아가 예수에게 향유를 부은 뒤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았다는 성경 구절을 빗댄 것으로 지지자들이 조 전 장관을 우상화하는 듯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검찰이 공개한 정 교수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의 딸과 그의 한영외고 동기 장모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처럼 허위로 확인서를 만들었다.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9년 5월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 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활동한 적이 없는데도 이 학술회의 기간에 고교 인턴으로 활동했다고 기재한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의 인턴 확인서나 호텔 실습 수료증 등은 정 교수가 직접 문서를 만들어 변조까지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허위 스펙을 갖고도 딸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자 범행이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정씨는 2013년 3월 딸 조씨가 의전원 입시에 합격하지 못하자 앞서 만든 스펙의 부풀리기에 나섰다.
정씨는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키스트 인턴 확인서를 새로 만들고,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경력도 부풀렸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의 경우 논문의 수준이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등재되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아' 체험활동 확인서를 인턴십 확인서로 바꿨다. 심지어 부산의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허위 사실’도 기간을 부풀렸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딸 조씨의 입시에서 동양대 봉사활동 확인서를 냈는데도 탈락하자 아들 명의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을 이용해 최우수 봉사상을 받은 것처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혐의의 주인공인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딸 조 모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변에서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은 일들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고들 한다"고 모든 의혹을 부정했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정 교수는 오는 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조 전 장관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처음 출석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 출석하기 전 “저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