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이 한국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자 7면 '한국 코로나 대책의 영웅'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증 대책 사령탑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연일 행해지는 기자회견에서 차분한 말투로 현 상황을 설명하는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 정 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클럽 방문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호소한 모습을 전하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한국 언론을 인용하며 서울대 출신의 정 본부장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유행 당시 질병예방센터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살려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 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남동부 대구에서 종교시설(신천지) 집단감염이 일어나 한국 내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월 중순엔 (정 본부장의) 흰머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 본부장이 기자들로부터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답변한 사실과 머리 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머리도 짧게 유지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언론이 정 본부장을 코로나19 대책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론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엔 정 본부장을 세계보건기구(WHO) 차기 사무총장에 기용토록 요구하는 청원까지도 올라와 있지만, 정 본부장 자신은 이런 평가에 대해 '주위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겸손히 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일본 언론과 전문가 등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관련 강력한 사령탑, 리더십 등을 배경으로 성공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하쿠오 대학 교수이자 전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연구원인 오카다 하루에는 "한국은 강한 리더십을 가진 지휘관을 두고 철저하게 대응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대책을 전환한 데 대한 평가다.
지난달 2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강력한 사령탑 코로나 억제 한국·대만 재빠른 대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대만은) 감염원인 중국 본토와 가까운데 어떻게 성과를 올리고 있는가"라고 질문한 후 "배경에는 감염증 대책법에 근거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강력한 사령탑의 존재가 있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한국은 부처급으로 상설되어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증 예방법에 따라 긴급사태 시 정부 각 부분에 대응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 미국과 한국, 대만과 같은 감염증 대책 사령탑이 없다. 일본 감염증 대책은 지금까지 후생노동성 아래 국립 감염증 연구소가 주로 담당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전염병 관련 연구 및 대책 수립에 특화된 정부 조직이 없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 산하에 국립감염증연구소가 있긴 하지만, 이 조직은 연구 중심이어서 대책 수립·실행에 권한은 갖지 않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