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오는 13일부터 외출금지령을 해제하고 시민들의 야외활동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가족끼리만 함께 있는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행된 봉쇄조치가 완화되는 건 지난 3월23일 이후 50일만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10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요일인 오는 13일부터 시민들이 야외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도록 봉쇄조치를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봉쇄조치를 전면 중단할 수는 없다”며 “점진적인 봉쇄조치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가 내세웠던 ‘집에 머물러라’(stay at home)는 기존 캠페인 구호도 ‘긴장상태를 유지해라’(stay alert)로 바꿨다.
존슨 총리가 밝힌 봉쇄조치 완화계획은 크게 3단계다. 우선 1단계로 오는 13일부터 시민들의 야외활동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공원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거나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존슨 총리는 “다른 사람과 2m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가족들끼리만 함께 모여있는 경우에만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23일 봉쇄조치가 시행된 이후엔 △의약품·식료품 구입 △병원 진료 △운동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경우의 출퇴근 등만 허용됐다.
이와 함께 존슨 총리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한 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퇴근 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2단계로 초등학교는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문을 열 계획이다. 어린이집과 상점 등도 이 때부터 문을 열 수 있다. 마지막 3단계는 호텔과 식당 등의 개장이다. 존슨 총리는 “이르면 오는 7월초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호텔과 식당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정부 지침을 어기면 지금보다 더 높은 벌금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벌금은 1차 위반시 100파운드(15만원)로, 추가로 위반하면 두 배를 넘어 최대 3200파운드까지 부과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다시 퍼지기 시작하면 더 엄격한 규칙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봉쇄조치 완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않고 제동을 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의 봉쇄조치 완화에 대해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자치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섣부른 봉쇄조치 완화가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에선 야외 피크닉이나 바비큐 파티 등 무제한 야외활동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 3만185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268명 늘었다. 영국의 사망자 수는 7만명을 넘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도 21만9183명에 달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