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10일(15: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녹십자의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에 처했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대형 품목만 수십개에 달해 탄탄한 신용도를 유지해왔지만 계속된 연구개발 부담에 영업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0일 녹십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은 기존 AA-를 유지했다. 녹십자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A급'으로 내려 앉는다. 한 단계 차이지만 AA급과 A급 기업은 채권시장에서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녹십자는 1969년 상아제약으로 설립된 녹십자계열 상장사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녹십자홀딩스다. 최대주주 지분율은 50.06%다. 혈액제제, 백신제제, 일반제제 등 의약품 제조와 판매를 하고 있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대형 품목만 20여개를 갖고 있다.
녹십자는 2014~2017년 간 10% 안팎의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오창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해외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 확대, 기업 이미지(CI) 변경에 따른 광고비 지출 등이 맞물려 영업수익성이 떨어졌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 대비 EBITDA는 6.3%다. 2016년 한 자릿수로 떨어진 뒤 하향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연구개발비와 고정비 부담이 늘어 영업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예년 수준의 영업수익성 회복도 쉽지 않아졌다"고 이번 조정 배경을 밝혔다.
녹십자는 2016년 이후 대규모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2015년 말 194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에는 3416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결 대상 종속 기업인 녹십자엠에스의 비경상적인 영업외손실 인식 등으로 순손실까지 발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설비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녹십자는 올 1분기 307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마이너스(-) 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금융자산 평가 손실 탓이다.
이재윤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임상과 품목 허가 진행을 위한 연구개발비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 영업수익성 회복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녹십자가 진행 중인 해외 판매 허가와 연구개발 경과 등을 살펴 앞으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