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국, 첨단산업 세계공장 만들겠다"

입력 2020-05-10 17:50
수정 2020-10-12 18:27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해외 첨단산업의 유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이 같은 국정 후반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방역뿐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선도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전 국민 확대 계획도 처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상 고용보험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저소득층·청년·영세 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취업과 소득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계획도 밝혔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기술을 결합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 투자”라며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화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며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新산업·K뉴딜 성공은 규제개혁에 달려…기업 애로도 해소해야

“국민 여러분, 문제는 경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의 70%가량을 경제에 할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경제가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인식에서다. 한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경제 전시상황’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되는 위기’ 등의 강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며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K방역’이 코로나19 대응의 세계 모범 기준이 됐듯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3대 신성장 산업 육성’과 ‘한국판 뉴딜’ 등을 제시했다.

25분간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선 경제계에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 다시 말해 ‘어떻게’가 빠졌다는 게 아쉽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청사진 제시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연설에서 “혁신벤처와 스타트업이 주력이 돼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범정부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세계는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돼 세계 산업 지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첨단기술에 대한 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반전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는 233억달러(약 28조원)로 전년(269억달러)에 비해 13.3%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618억5000만달러(약 78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을 돌아오게 하고, 외국의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과감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노동·환경규제를 개선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기업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상법 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내용을 반영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은 기업에 큰 부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 조건은 ‘규제 완화’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의료·교육·유통 등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의 스마트화 등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의 윤곽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계에서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 조건 역시 규제 완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와 혁신을 통해 최대한 일자리 문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과감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을 마련하는 등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청사진 제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나오기 위해서는 경제를 살릴 주역인 기업들의 현장 얘기에 귀를 좀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형호 기자/서정환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