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스타트업 투자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와 바이오·헬스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반면 여행, 공연 등 대면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산업지형의 변화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 투자유치 ‘양극화’
1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비대면 ICT서비스 분야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실시간 문제 질의응답 플랫폼 ‘오누이’는 1분기에 약 15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오누이 플랫폼에 등록하면 10분 내외로 튜터가 문제풀이를 해주는 서비스다. 온라인 취미활동 플랫폼 ‘하비풀’도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비풀은 오프라인 취미클래스를 대체해 온라인에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컨트롤클로더’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컨트롤클로더는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및 패션업체들과 의류 생산공장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들에도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 3월 8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재생치료제와 신약평가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다. 뉴아인도 3월에 45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뉴아인은 조직공학과 신경재생 기술을 접목해 눈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올해 들어 여행, 공연 관련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관련 스타트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중소 여행사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으며, 문화·공연 관련 스타트업들의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지만 대면접촉이 많은 업종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며 “이들 업종에 대해 신규 투자는커녕 이미 진행된 투자금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CT 분야에 대한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2349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2244억원이 투자됐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분야는 59% 감소한 365억원, 유통·서비스 분야는 39% 줄어든 994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업황 따라 VC 투자도 변화
비대면 서비스와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전문 분석기관 FDi인텔리전스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e커머스 △디지털 기술 △사이버 보안 △의료산업 및 바이오 △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를 꼽았다. IT 비대면 기술과 바이오·헬스가 연관된 분야들이다.
VC들의 투자셈법에 따라 투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VC들은 현 시점을 비대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의 적기로 보고 있다. 성장성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가치도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다. VC에는 지금이 적은 돈을 투자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한 VC 관계자는 “당장 코로나19로 스타트업들의 유동성에 비상이 걸려서 지분을 보유한 기존 투자자도 마냥 기업가치 조정을 반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VC들 사이에선 ‘줍줍(줍고 줍는다는 속어)’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영상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미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