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시너지 낼 바이오벤처에 투자"

입력 2020-05-10 18:02
수정 2020-05-11 01:32
“치매 치료제 개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바이오 업체에 적극 투자하겠습니다.”

노기선 메디프론디비티 대표(사진)는 10일 “현재 개발 중인 치매 후보물질 연구에 도움이 되는 바이오벤처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메디프론은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의 하나인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물질에 인산이 붙는 반응)를 억제하는 기전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아밀로이드베타가 뇌 속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 기존 치매 치료제들과는 기전이 다르다.

메디프론은 다른 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응용기술을 활용해 치매 치료제 개발 속도는 물론 효능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7일 동맥경화·혈관협착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인 뉴메이스 지분 20%를 32억원에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메디프론은 뉴메이스의 ‘나노베시클 기술’의 응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뉴메이스는 나노 단위로 잘게 파쇄한 중간엽 줄기세포에 혈관 내벽을 표적하는 펩타이드를 붙인 나노베시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항염증 작용을 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노 대표는 혈관세포가 아니라 뇌신경세포를 표적하는 펩타이드를 개발하면 새로운 치매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염증 작용을 하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신경세포에 전달하면 치매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간엽 줄기세포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해 뇌세포에 도달하기엔 크기가 크다. 이 줄기세포를 잘게 만들어 특정 세포에 전달할 수 있는 뉴메이스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노 대표는 “뉴메이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뇌신경세포에 특화된 펩타이드를 개발할 수 있다면 치매 환자의 손상된 뇌세포를 회복하거나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디프론은 다른 바이오 업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 확보해둔 현금 100여억원과 최근 전환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확보한 191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노 대표는 “올 연말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을 선정할 것”이라며 “다른 바이오 업체에 지분 투자하거나 공동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같은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쪽으로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