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전시상황' 극복하려면 잘못된 정책 수정 병행해야

입력 2020-05-10 18:39
수정 2020-05-11 00:23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또 지금을 ‘경제 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선도형 경제를 통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 고용보험 적용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통한 고용안전망 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연대·협력의 국제질서 선도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계적 격변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또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바이오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시스템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자동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를 한국판 뉴딜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도 그렇다. 지난 3년간 소득주도성장이란 허상을 좇으며 시간을 허비하고, 경제체질을 약화시킨 것을 돌아보면 변화의 조짐으로 읽힐 만하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란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기존의 정부 주도 정책 틀을 벗어나 민간 주도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방역은 성격상 국가가 중심이 될 업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발전은 민간의 창의와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한다. 민간 기업이 신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제완화와 친노조 정책의 포기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막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 우위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옥죄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기업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통로로 기업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흡했다. 집권 초기 이른바 ‘적폐청산’ 분위기 속에 기업들은 할 말을 제대로 못 했고, 정부의 일방 정책에 끌려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제 기업의 애로 호소와 건의를 ‘엄살’과 ‘업계·자사 이기주의’로만 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닥칠 새로운 세계 산업질서와 구조 변화에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우리 기업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지금까지 이긴 것은 국민의 위대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위대한 기업이 필요하다. 기업을 위대하게 하려면 그들을 자유롭게 뛰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