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비 지분투자 나선 기업들

입력 2020-05-10 17:15
수정 2020-05-11 01: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산업 구조 개편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된 까닭에 과거보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사업 확대가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14개 기업이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취득을 결정했다. 대부분 코스닥시장 상장사로 성장동력 확보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사업 확대를 위해 타법인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보유 현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달 들어 타법인 지분 투자를 결정한 기업의 상당수는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빌린 돈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 기계 제조업체 케이피에스는 지난 6일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 빅씽크 지분 45.35%를 60억원에 취득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케이피에스는 바이오산업 진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케이피에스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65억원이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신약 개발 바이오업체 메디프론도 7일 보유 현금을 활용해 혈관협착 및 동맥경화 진단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의료기기 연구개발 업체 뉴메이스 지분 20%를 취득했다. 32억원 규모다. 메디프론 관계자는 “전략적 사업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건설업체 상지카일룸도 4일 유전자·간질환 진단키트를 개발 및 생산하는 에이스바이오메드 지분 32.02%를 취득했다. 보유 중이던 전환사채(CB) 전환 청구를 통해서다. 지분 취득 규모는 100억원대에 달한다. 상지카일룸은 이번 지분 취득을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 밖에 드래곤플라이, CJ프레시웨이, 녹십자헬스케어 등도 이달 들어 상품 경쟁력 강화나 신규 시장 진입을 이유로 타법인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온라인 소비 확산과 재택문화 확대로 운송·서비스 업체와 게임·콘텐츠 관련 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운송 서비스 업체 태웅로직스는 보유 현금을 활용해 지난달 화물운송 중개 서비스 업체인 지엘에스코리아 지분 100%를 68억원에 취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외식을 자제하면서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운송 서비스 관련 사업 다각화와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말 320억원을 들여 제로게임즈 지분 100%를 인수했다. 네이버웹툰은 12일 만화 출판물 업체 와이랩 지분 12.6%를 53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업체 컴투스는 7일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아르카나 택틱스’를 개발한 티키타카스튜디오 지분 57.5%를 인수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노린 일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이 산업 구조 개편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소비 행태가 빠르게 바뀌면서 고용 등 구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로 코로나19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오히려 잠잠했던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