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이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연설에서 가장 힘을 준 포인트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문제는 경제"라고 단언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면서 경제상황의 엄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되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역설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경제는 잘 가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온 문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달라진 셈이다. 특히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선도형 경제 △고용안전망 확충 △한국판 뉴딜 △국제질서 선도 등 4대 과시를 제시했다.
종전에 소득주도성장,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등의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고용 안정과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며 줄곧 정부 일자리 정책을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던 과거와 달리 'K-방역'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면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이번 유흥시설 집단감염은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더욱 경계해 방역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한 국제 정세와 경제적 난국이 문 대통령의 경제인식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연설에서 "문제는 경제"라면서 "세계 경제는 멈춰섰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다. 우리 경제가 입는 피해도 실로 막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4월 수출이 급감하면서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관광·여행, 음식·숙박업에서 시작된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종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현실 경제의 어려움을 직시하는 인식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올 1월 신년사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우리 경제의 부정적 지표는 줄고 긍정적인 지표는 늘고 있다", "거시경제가 좋아지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 선방했다"며 희망 섞인 경제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야당은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안이하다고 지적했고, 전문가들 역시 "대통령의 경제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번엔 달랐다. 고용과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짚고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실직의 공포는 연세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 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방위 확산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삶과 일자리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 질서는 결코 장미빛이 아니다.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며 "우리 경제에도 매우 중대한 도전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이 주력이 되는 '디지털 강국'을 비롯해 실직 및 생계 위협 대응,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투자 확대와 민간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경제 전시상황 인식에 비해 구체적 해법 제시가 다소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