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여름철 고기잡이 금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주변국들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어류 보호 차원의 연례 하계 금어기를 올해 5월1일~8월16일로 정하고 '불법 어로행위'를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어로 금지 구역에는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베트남 동쪽 해역(중국명 베이부만, 베트남명 통킹만) 등이 포함된다.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성명을 통해 "중국 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거부한다"며 "남중국해 상황을 더는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베트남어업협회도 "베트남 어민은 자국 영해에서 조업할 완전한 권리를 가진다"면서 중국 측 조치를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어업계도 정부에 "중국의 괴롭힘에 굴복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중국에 금어기를 선포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999년부터 남중국해에 금어기를 시행해왔다. 최근 이 지역에서 중국과 주변국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서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이 둘러싸고 있는 바다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광물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어 주변국 간 견제가 치열하다. 중국은 이 바다의 80%에 해당하는 해역에 '남해 9단선'을 설정하고 이 선을 따라 인공섬을 조성하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일 파라셀군도 근해에서는 베트남 어선이 중국 해양 감시선과 충돌 후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갈등은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미국의 개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주변 해역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한편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에서도 최근 두 나라 간 충돌이 빚어졌다.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이 센카쿠열도 근해에 진입해 일본 어선에 접근했고, 일본이 경비함을 파견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