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와 화상회의 솔루션 업체 줌이 경쟁사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OTT와 화상회의 서비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대형 미디어 기업과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OTT의 최강자인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신규 가입자 1577만 명을 끌어모았다. 총 가입자 수는 3월 말 기준 1억8286만 명으로 늘었다. 넷플릭스는 다음달 말께 가입자 수가 1억9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발업체들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월트디즈니는 자사의 OTT인 디즈니플러스(디즈니+) 가입자가 5450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디즈니+는 지난해 말까지 가입자 수가 2650만 명이었다. 올 들어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디즈니+가 흑자 전환 기준으로 제시했던 6000만~9000만 명 가입자 달성이 당초 예상 시점인 2024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트디즈니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OTT인 훌루 가입자(3210만 명)와 ESPN+ 가입자(790만 명)까지 합하면 1억 명에 육박하는 OTT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CNBC방송에 따르면 최근 6개월(작년 10월~올해 3월) 동안 디즈니+, 훌루, ESPN+ 등의 총 매출은 81억달러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같은 기간 매출 112억달러보다 31억달러 적지만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OTT 싸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워너미디어는 이달 말 OTT HBO맥스를 선보인다. 워너미디어 모회사인 미국 통신사 AT&T는 일부 고객에게 무료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지난달 OTT 피콕을 출시했다. 애플도 지난해 선보인 OTT 애플TV+ 가입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짧은 동영상(쇼트폼) 서비스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앱 틱톡은 최근 누적 다운로드 20억 건을 돌파했다. 짧은 동영상은 지하철 등에서 편리하게 볼 수 있어 외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넷플릭스 같은 ‘롱폼’ 플랫폼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드림웍스 공동창업자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휴렛팩커드(HP) 전 최고경영자(CEO)인 멕 휘트먼 등이 주도한 쇼트폼 플랫폼 퀴비가 출시됐다.
외신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가 풀리기 시작하면 OTT 신규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과 콘텐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줌이 주도한 화상회의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줌은 보안 논란에도 하루 평균 사용자 수가 3억 명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0배 늘었다.
줌의 성공은 IT업계를 자극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낳았다. 구글은 자사 화상회의 서비스 미트를 오는 9월까지 무료로 풀겠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서비스인 미트를 내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미트 사용자는 매일 약 300만 명씩 늘었다. 미트 이용자 수는 현재 1억 명에 달한다. 페이스북도 한 번에 50명까지 무료로 쓸 수 있는 화상회의 솔루션 룸스를 지난달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 스카이프, 슬랙 등도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경쟁 업체들은 줌의 보안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줌은 보안 문제가 커지자 7일(현지시간) 암호화 기술 스타트업 키베이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강화한 ‘줌 5.0’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