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저는 딸 같은 며느리입니다"

입력 2020-05-09 08:40

"딸 같은 며느리? 처음엔 저도 잘 하려고 했죠. 그런데 시어머니는 실제 '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시나봐요. 요구하는 것만 늘어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어머니의 '갑질' 때문에 결혼 생활에 위기기가 온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2년 전 아들만 둘인 가정의 장남과 결혼을 했다고 설명했다.

결혼 준비 중 시어머니는 "딸이 없어서 며느리를 맞을 날만을 기다려왔다"면서 "딸처럼, 엄마처럼 오손도손 살아보자"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결혼식을 하고 시어머니와 A씨는 서로를 '엄마', '딸'이라고 불렀다. 물론 시어머니의 바람에서였다.

처음엔 A씨도 최선을 다해 '딸 같은 며느리'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어머니에 대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A씨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데이트하자"고 불러내 픽업을 요구하고, 식사, 커피 비용을 A씨에게 내게 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더니 "할부값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A씨와 남편에게 '입금'을 요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댁에 가면 "우리 딸 솜씨 한 번 볼까?"라며 밥 해달라, 과일 깎아달라, 수많은 '부탁'을 한다고.

A씨는 "그럴때면 남편이 좀 도와줬으면 하지만, 눈치가 없어서인지 '진짜 모녀지간 같다', '내가 낄 자리가 없네'라면서 흐뭇하게 바라본다"고 분노했다.

A씨는 "시어머니가 아들만 있으시다보니 '딸'이 어떤 건지 모르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어머니는 저를 '딸 처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물주'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시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힘들다고 표현하자 A씨 남편은 "친엄마처럼 생각하고 불만이 있으면 얘기하라"면서 "일하기 싫으면 엄마한테 해달라고 하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말했다.

1년간 '딸 같은 며느리'로 참아온 A씨는 시어머니가 바라던 진정한 '딸'이 되어 드리기로 했다.

A씨는 "근무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왔는데, 전화가 오면 받지 않았다. '엄마~ 딸 너무 바빠요. 카톡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또 뭐 좀 사달라고 부탁하면 '딸래미 돈 없다'고 말아버렸다. 엄마 차 할부값 내달라고 하면 '저도 자전거 타고 다니는데, 제 차도 사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시댁에서도 A씨는 "엄마, 딸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고 애교 부린 뒤 남편과 같이 거실에서 TV를 봤다. 과일을 깎으라고 하시면 "손 다칠까봐 무서운데"라고 말하며 남편에게 넘겨버렸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요즘 왜 그렇게 버릇없이 구냐"며 타박했다.

A씨는 "친엄마와 딸처럼 지내자고 하셔서 친정엄마에게 하는 말투, 행동 그대로 한 거라고 말씀드렸다. 남편도 엄마에게 예의차리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해서 친엄마처럼 생각하고 그런건데 기분 나쁘셨냐"고 말했다.

또 "저는 친엄마라고 생각하며 딸처럼 행동했는데, 진심이 아니신지 몰랐다. 제가 눈치 없어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시어머니 모시듯 하겠다"며 울먹였다.

달래는 남편과 함께 A씨는 집으로 왔다. 남편에게 "당신 말대로 친딸처럼 했더니 나만 혼나지 않았냐"며 "덕분에 고부사이만 멀어졌다"고 따졌다.

A씨는 속으로 웃었다. "눈치 없는 남편은 어머니에게 복수한 것도 모른다. 앞으로 계속 친딸처럼 행동하는게 나을지, 선 긋는게 나을지 고민이 된다"고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시어머니들도 누군가의 딸이었을텐데, 정말 딸을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진정한 친딸 모드다", "자동차 할부금 값아드릴 바에 친딸처럼 계속 지내주자", "시어머니는 진짜 친딸이 어떤건지 모르시는 것 같다.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렇게 해야 딸 같이 지내자는 소리 안 나올 것", "문제는 남편이다. 소름끼치도록 눈치가 없다"라며 A씨를 응원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딸 같은 며느리, 친정엄마 같은 시어머니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적당한 선을 지키며 노력하는게 행복한거다. 서로 예의를 지키며 존중하는게 좋겠다. 시어머니 화병 나시기 전에 그만하고 적당한 관계로 지내는 것이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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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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