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화보] 메킷레인 나플라 “도전하고 싶은 음악? 밴드와 함께 작업하고파, 라이브 사운드 관심 있어”

입력 2020-05-08 12:00


[박찬 기자] 내가 본 착한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이 사회의 일원으로 남을지,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감춰야 할지 끊임없이 신경 쓰고 사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불안감의 정체는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눈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메킷레인(MKIT RAIN)’은 곧이곧대로 착한 그 모습을 거부한다. 우리 속 어두운 ‘프레임(Frame)’을 깨는 메킷레인 레코즈 멤버 루피, 나플라, 오왼이 bnt와 만났다.

총 두 가지 콘셉트로 이루어진 화보에서 그들은 당당하면서도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친한 형 동생이 모인 레이블인 만큼 이태원 거리 곳곳을 자연스럽게 누비는 그들이다. 어떤 공간을 지나가도 자신들만의 ‘그라피티’로 개성 있게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2018년 ‘Public Enemy’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한 메킷레인에게 새로운 앨범 발매 계획을 묻자 나플라는 “세계적으로 사태가 힘든 만큼 해외로 나가기도 어렵다”라며 “새로운 싱글 계획은 조금 미루어 놓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루피는 “이전에 앨범 발매에 대해서는 의견이 이미 정해졌지만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안 정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메킷레인은 2016년 루피가 42크루 멤버 블루와 나플라와 함께 설립한 레이블. 설립 당시 어떤 가치관으로 만들고 멤버들을 받아들였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루피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기원이 미국에 있다면 ‘오리진(Origin)’에 가까운 음악을 표현하자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오왼의 합류에 대해서는 “다 같이 활동하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었고 순서가 있었던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나플라는 “루피 형이 나를 뽑은 이유는 그냥 내가 잘해서 뽑았다고 들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메킷레인 레코즈를 들어가기 위해 직접 LA로 찾아간 오왼. 당시의 소감을 묻자 “거절도 도전해봐야 당하는지 안 당하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일단 LA를 직접 찾아가 본 거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루피는 “비전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왼이가 ‘괜찮다. 나도 같이 할 수 있나’라고 물어보면서 합류하게 된 거다”라고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잘생긴 얼굴로 칭찬받는 오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이에 대해 오왼은 “내가 하는 게 음악이니까 외모에 음악이 가려지는 게 싫었다”라고 고백했다. 물론 자존감에 있어서 자신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이번엔 나플라의 정규 앨범 2집 ‘u n u’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앨범의 주제를 ‘외로움’으로 선정한 만큼 그간 보여줬던 화려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나플라는 “처음에는 화려한 것들이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느끼는 무드에 따라 곡의 성향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달라진 성향을 보여줬다.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후디와 함께 작업한 ‘러브미(love me)’라고 말했다.

오왼의 더블 싱글 앨범 ‘너에게’는 서정적인 가사의 ‘고해’, ‘위해’로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 어떤 모습을 그리워하며 만들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내가 차이고 난 후에 쓰게 됐다. 거의 4개월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쓴 곡이다”라고 전했다. 앨범 커버는 실제로 보낸 메시지를 캡처한 것이라고. “‘읽씹’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봤다. 근데 그 ‘1’이 절대 안 없어지더라”라고 말하기도.

4월에 첫 정규앨범인 ‘NO FEAR’을 발매한 루피. 첫 앨범인 만큼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는 “이전에는 ‘아 만족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앨범은 ‘너무 만족해’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한 만족감을 갖고 있다. 나한테는 그게 정말 중요한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메킷레인 모두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메킷원(MKIT WON)’은 이색 콘텐츠로 사랑 받고 있다고. 그러자 루피는 “방송 콘텐츠가 재밌기보다는 그냥 우리들이 출연해서 재밌는 게 아닐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아바타 소개팅’을 선택했다. “왼이가 소개팅을 엄청 하고 싶어한다. 조종하는 모습도 무척 기대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엔 조금 가벼운 주제로 넘어갔다. 멤버들의 이상형은 무엇인지 묻자 각각 개성 있는 답변을 뽐냈다. 나플라는 독립적인 성향을 갖춘 사람을 택했는데 “‘나 이거 하느라 바빠서 못 만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멋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루피는 ‘마미(Mommy)’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미국에 갔더니 자기가 차 고치고 산악자전거 타는 여성분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런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곡 ‘Wu’를 통해 엄청난 랩 네임으로 주목받은 나플라. 4년이 지난 지금 힙합 씬에서 가장 뜨겁다.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따로 있을까. 그러자 그는 “이슈는 한 번에 뜬 만큼 한 번에 사그라지는 것이다”라며 “언젠가 사그라질 이슈에 대해 덤덤해지고 자기 자신한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아티스트로서의 목표, 혹은 삶의 목표를 물어보자 “아티스트로서의 목표가 내 삶의 목표와 같다.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마주하면서 최대한 편한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하기도.

최근 코드 쿤스트의 ‘Set me free’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은 루피. ‘쇼미더머니’ 때도 그렇고 둘이 잘 맞을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코드 쿤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거기에 무엇을 얹으면 잘 어울릴지 너무 쉽게 보였다”라며 “‘Save’ 비트가 오자마자 ‘이런 게 올 것 같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을 전했다.

루피와 나플라는 결승에 오르고 오왼 또한 실력자로 평가받는 계기가 된 ‘쇼미더머니’. 자신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이 있을까. 이에 대해 오왼은 처음에는 ‘언더그라운드 부심’이 가득했다고. 그가 “내가 이 ‘언더그라운드 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위의 단계가 대중 앞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 많은 카메라들, 방송, 대중 앞에서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루피는 쇼미더머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서울 대학교’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비정상적인 인프라이긴 하지만 그곳을 나오면 인정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였던 서로와 ‘Loopy & Nafla’를 결성해 활동 중인 루피, 나플라. 둘의 어떤 음악적 부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나플라는 “우리 메킷레인은 자기 고집은 세지만 서로의 음악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번엔 메킷레인만의 강점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나플라는 ‘미국물’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에서 와서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뒤이어 오왼은 ‘다채로움’과 ‘솔직함’을 골랐다. 다른 환경, 다른 햇빛과 공기를 맡고 살아왔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달라 차별성 있다는 것. 아이돌이 아닌 래퍼라는 점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답했다. 루피는 ‘우리끼리 바닥에서 올라왔다는 것’을 꼽았다. 전혀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스스로 철저히 생존하는 법을 고민하고 해야만 했다고.

셋 다 모두 미국에서 생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나플라는 추운 기후를 꼽으며 “한국 최고의 자랑거리는 ‘온돌’이다"라며 온돌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오왼은 ‘마인드 셋(MindSet)’이 가장 힘들었다고. “무언가에 대해 ‘이게 맞다’라고 배우고 살아갔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맞지 않다고 듣게 됐을 때 혼란스러웠다”라고 고백했다. 루피는 ‘악플 문화’를 꼽았다. 고문 기술 중에 최첨단 기술 같다고. 그리고 “한국에서는 어느 사항이든 간에 최적화된 답이 있고 그 답 안에서 내가 어느 정도로 벗어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보인다”라고 솔직한 답변을 보여줬다. 또한 “너무 착한 마인드에서 오는 소심함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다”라며 힘든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잘 놀았던 무대는 무엇인지 묻자 루피는 긴장감 없던 일본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무대 위의 환경은 마치 그라운드 위 축구선수와 같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경기마다 긴장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꼭 필요하다고.

오왼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그냥 ‘화가 많은 래퍼’로 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컨셔스 랩을 지향 하는 만큼 고뇌에 깊은 가사가 돋보이는데 이런 모습도 본인의 실제 모습에서 비롯된 건지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장르에 대한 관심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라며 “그것 때문에 혼자 스트레스받고 고뇌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자신 안의 것을 평온하게 비우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플라는 빨간색 머리를 줄곧 해왔던 이유가 ‘주인공’ 같아서라고. 학창 시절부터 이런 주인공 역할을 도맡았는지 묻자 그는 “학창 시절에는 오히려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짝사랑도 많이 하고 다 차이고”라며 ‘아웃사이더’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이번엔 팀으로서의 롤모델을 묻자 루피는 “일단 돈을 많이 벌 것이다”라고 말하며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처럼 돈을 벌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슬럼프는 없을까. 오왼은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이슈가 생기고 사람들이 공격할 때 “음악을 왜 시작했지?”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자유를 느끼고 싶어서 힙합을 한 것이었는데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루피는 슬럼프가 항상 온다고 말했다. 특히 얼마 전 정규 앨범 발매가 끝났기 때문에 정말 흥분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묻자 나플라는 “밴드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라이브 사운드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라고 답했고 루피는 “내 이름보다 유명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오왼은 공감대를 공유하는 음악을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고. 고정 관념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본인들만의 철학으로 일어선 메킷레인, 앞으로 그들이 들려줄 음악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김연중

재킷: 오프화이트 by 육스, 타미 진스

후드 티셔츠: 아더에러

티셔츠: 준지

팬츠: COS, 뉴발란스

스니커즈: 뉴발란스

모자: 빈스모크

헤어: 정샘물 이스트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하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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